(동양일보 정래수 기자) “무책임한 연구자 집단에 더는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되요. 더 이상의 해명과 사과는 필요 없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을 해체해주세요”

한국원자력연구원(대전 유성구 소재)이 방사성폐기물을 무단으로 방류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대전민심이 들끓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대전시와 유성구, 지역 정치권까지 원자력연구원을 규탄하고 나섰고, “아예 연구원을 해체해야 한다”는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이 지난해 11월 7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원자력연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36건의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이 확인되면서 촉발됐다. 원자력연은 지난해 9월 제염실험에 쓴 콘크리트 0.2t을 일반 콘크리트폐기물에 섞어 버리는 등 방사성폐기물의 처분 절차를 지키지 않고 버리거나,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물 1t가량을 그대로 빗물관으로 흘려보냈다.

또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쓴 장갑 55kg을 마음대로 녹여 폐기했으며, 실험 뒤 남은 방사성폐기물 1.3t을 연구원 안에 방치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일부 개인의 도덕적 해이나 연구 절차상의 잘못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했다. 수년 동안 불법행위가 자행돼 온 것은 그동안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특혜 속에 원자력연이 제대로 된 외부의 평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1일 오전 원자력연구원 앞에서는 충청권 78개 단체로 구성된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가 기자회견을 갖고 △범죄 집단 원자력연구원 즉각 해체 △책임자와 관련자 구속 처벌 △국회 차원의 특별감사 실시 △핵재처리와 고속로 연구 즉각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거짓말로 일관하는 더 이상의 해명과 사과는 필요 없다”며 “원자력연구원은 차라리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대전시도 이번 불법행위를 강력 규탄했다. 시는 자료를 통해 “대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롱한 처사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정부 차원의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주민안전을 무시한 원자력연구원의 행태를 강력비판하며, 주민안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원자력 안전규제대책을 요구했다.

지역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대전선대위는 논평을 내고 "대전시가 제시한 책임자 처벌, 시민안전대책 수립, 연구와 무관한 소각·용융시설 폐쇄 등의 조처가 즉각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이은권 대전선대위원장은 "원자력연구원 대국민 사과, 위법사항에 대한 시민검증 수용, 진·출입 차량 방사능측정시스템 구축, 국회 차원의 국민안전 진상규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선대위는 "철저한 수사와 함께 위법사항에 대한 시민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노동당 대전시당도 원자력연구원의 핵폐기물 관련 실험 중단과 불법 행위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원자력연구원 측은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사저 허가 범위를 벗어나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은 명백한 원자력연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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