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닭·옻나무삼계탕 두 메뉴로 2대째 한자리 지켜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 “대성옻닭은 남에게 판매할 목적이 아닌 창업주인 아버지께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든 특별한 보양식 이었습니다. 보약을 달이듯 공정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 옛 방식 그대로의 맛을 정직하게 이어가겠습니다.”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자 술 꽤나 한다는 주당들의 쓰린 속을 달래는 곳으로 유명한 청주 최초의 옻닭전문점 ‘대성옻닭’은 1983년 창업, 올해로 35년째 ‘옻닭’과 ‘옻나무삼계탕’ 단 두 가지 메뉴로 승부하고 있다.

대성옻닭은 창업주인 하진해(86) 대표에 이어 아들인 하승수(45·사진·청주시 청원구 우암동333-10·☏043-256-7439)실장이 2대째 맛을 이어가고 있다. 3남 1녀 중 막내인 하 씨는 고교졸업 후인 1991년부터 10년간 홀서빙과 설거지 등을 돕다가 2000년부터 본격적인 옻닭 조리를 시작, 17년째 주방을 지키고 있다.

 

깔끔한 뒷맛·연한 육질 자랑… 위장병 등 큰 효과

워낙 인기 높아 AI때도 손님북적…삼복엔 하루 수백그릇 끓여

원재료 ‘옻’가공육수 안쓰고 밭에서 직접 재배해 옻나무 사용

 

이미 한방에선 옻이 어혈과 염증을 풀어주고 피를 맑게 하는 등 살균작용을 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신경통, 관절염, 위장병, 염증질환 등에 좋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특히 옻의 주성분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우루시올 성분은 암세포 억제와 항산화, 항균효과가 뛰어나 옻 알레르기를 중화시키는 닭과 함께 섭취하는 옻닭의 효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약품도매업을 하시면서 술자리가 잦았던 아버지께선 늘 배앓이를 하셨고 숙취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셨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옻닭으로 큰 효과를 보셨고 자연스레 옻닭의 효능은 유지한 채 맛을 내기위한 조리법 개발에 몰두하셨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끝에 진한 국물과 깔끔한 뒷맛, 연한 육질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의 옻닭이 나오게 된 겁니다.”

이러한 옻닭에 대한 효능과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성옻닭은 상호처럼 크게 성공했다. 얼마 전 전국적으로 번진 조류인플루엔자(AI)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정도로 여전히 성업 중이다. 주위에선 닭 때문에 돈도 많이 벌었으니 그동안 숨진 닭들을 위해 위령제라도 지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 뒤엔 남모를 고충이 따른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5~8월, 복날 시즌이 되면 식당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루 수 백 그릇의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하면 탕 그릇을 얹은 20구의 화구가 일제히 불을 뿜기 때문에 주방안의 온도는 섭씨 50도까지 치솟는다. 마치 습식사우나를 연상케 할 정도의 살인적인 더위다.

주방을 맡고 있는 하 실장은 “30도를 웃도는 한 여름인데도 주방에 있다가 밖을 나가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며 “찜통 같은 주방에서 하루 종일 비 오듯 땀을 흘리기 때문에 퇴근하면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고 특히 성수기에는 몸무게가 보통 3~4kg 정도 빠진다”고 말한다.

최근 대부분의 옻닭집에선 시중에 팔고 있는 옻이 오르지 않는 가공옻 육수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성옻닭에선 직접 밭에서 재배한 양질의 옻나무를 고집하면서도 1그릇에 1만2000원을 받고 있다. 이는 다른 식당보다 1000원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또 옻나무 특성상 겨울엔 엷은 갈색을, 여름엔 짙은 갈색을 띠기 때문에 육수의 색깔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대성옻닭 단골 중에는 복날이면 매년 전국 각지에서 직접 찾아와 대량으로 포장해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극히 드문 일이지만 예민한 사람의 경우 옻이 올라 오히려 병원비를 물어준 경우도 두 번 정도 있다고 한다.

하 실장은 “가게가 오래돼 테이블과 주차공간이 협소해 불편해 하시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며 “적당한 시기가 되면 본점은 그대로 유지한 채 좀 더 많은 손님들이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분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7년간 설과 추석을 제외하곤 식당 일에만 전념하다 보니 혼기를 놓쳐 노총각 신세가 됐다”며 “대성옻닭의 대를 잇기 위해서라도 결혼을 서두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글·조석준/사진·최지현>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