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명 병무청장

봉사란 나의 희생을 무릅쓰고 상대의 유익함을 위하는 일이다. 봉사는 ‘사랑’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지만, 사랑은 봉사를 포함하는 큰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봉사의 정신은 바로 이 이타성(altruism)에서 비롯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법칙에 있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상대를 헌신적으로 돕거나 구원하거나 보호해 주는 관계를 말한다.

현대를 가리켜 상실의 시대라고도 한다. 과거 우리 사회가 지켜온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봉사는 이러한 상실을 막고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삶의 질을 높이고 모두가 행복을 느끼는 사회는 물질이 풍부하거나 정부의 제도가 잘 정비됐다고 해서, 또 어느 특정집단의 노력만으로 이뤄 질수도 없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을 이해하고 책임을 다하려는 가치관이 정립돼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과 의학의 발달, 보건위생의 개선 등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의 노인의 3고(三苦)는 빈곤, 질병, 고독인데 도시화 및 핵가족화로 인해 현재의 가족단위 체제로는 노인부양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되어 사회적 부담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몸이 불편하거나 가정여건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봉사를 통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밝은 사회조성에 우리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병무청은 이런 시대상황을 반영하여 ‘사회복무요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제도는 1995년 공익근무요원제도로 출발하면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보조를 주 임무로 하였으나, 2013년 사회복무요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사회복지, 보건의료, 환경안전 등 사회서비스분야로 임무를 확대하여 사회복지증진과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5만 여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전국의 사회복지시설과 행정기관에서 복무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 재활시설, 아동복지시설, 노인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몸이 불편한 분들의 손발이 되거나 위급환자구호 및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의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손길로 사랑과 나눔을 몸소 실천하며 사회의 미래를 비추는 희망의 등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은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사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성실히 복무하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나본 그들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다. 때로는 손자가 되고 아들이 되고, 때로는 조카를 대하는 듯 그저 사랑하는 마음으로 봉사할 뿐이다.

사회복무요원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다. 아직은 어리고 미숙하지만 그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기둥이요 희망이다. 우리 모두가 그들의 역할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이 하는 일에 찬사를 보낼 때 사회복무요원들은 더욱 용기와 보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무요원들의 숨은 역할을 생각하면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보여주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사회복무요원의 역할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사랑만큼 크다.

오늘도 사회복무요원들은 이런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당신의 행복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그대가 나의 행복을 소중히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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