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몇 사람이 떠나버린 인력 시장
허공에 매달려 있는 여덟 마리 제비
아직 성숙되지 않은 족속이다
입 속에는 박씨가 있었으나
어제의 채무에 소비되었다
파란 때가 낀 발톱은
직립의 힘을 잃었다
강남을 다녀온 지 오래된 초여름
어디에도 싱싱한 젊음을 내려놓지 못한 것들
눈빛은 날카로우나 발목에 매인 편지에는
수취인 불명의 낙인 선명하다
무작정 시장 근처를 서성이는 것이 직업인
저들의 날개에는 나사가 풀려있다
또 한 대의 차가 떠났다
저들을 서 있게 하는 힘들이
사차선을 어지럽게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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