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몇 사람이 떠나버린 인력 시장

허공에 매달려 있는 여덟 마리 제비

아직 성숙되지 않은 족속이다

입 속에는 박씨가 있었으나

어제의 채무에 소비되었다

파란 때가 낀 발톱은

직립의 힘을 잃었다

강남을 다녀온 지 오래된 초여름

어디에도 싱싱한 젊음을 내려놓지 못한 것들

눈빛은 날카로우나 발목에 매인 편지에는

수취인 불명의 낙인 선명하다

무작정 시장 근처를 서성이는 것이 직업인

저들의 날개에는 나사가 풀려있다

또 한 대의 차가 떠났다

저들을 서 있게 하는 힘들이

사차선을 어지럽게 질주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