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논설위원/한국교통대 교수)

▲ 홍연기(논설위원/한국교통대 교수)

기계가 없는 우리의 일상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일부에서는 고도화된 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인간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현실화 될지의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편리함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기계가 인간의 과도한 육체적 노동을 줄여줌으로써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계가 산업현장에 도입될 당시에는 기계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란 두려움이 적지 않았다. 이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돕는 보완재가 아닌 인간의 노동 자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기계식 방적기가 발달함에 따라 기계와의 경쟁을 두려워한 나머지 방적공들이 방적기를 파괴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는 기계 파괴에 위협을 느낀 고용주들이 노동자를 죽이거나 앙갚음으로 노동자가 고용주를 살해하는 등 영국은 기계를 도입함에 따른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만 했었다. 1779년 양말을 짜는 기계를 파괴한 네드 러드(Ned Ludd)란 소년의 이름을 따서 이 같은 사회운동을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라 하였다. 19세기 당시 영국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만으로 러다이트 운동을 해석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 그러나 러다이트 운동은 사람과 사람의 갈등이 아닌 사람과 기계와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산업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사회적 현상이었고 기술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른 사람과 기계간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기계화, 기술 혁신이 일자리를 앗아갈지 모른다는 우려는 산업혁명 이후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러다이트 운동이 있던 당시,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데이빗 리카도(David Ricardo)는 그의 저서 ‘정치경제학 개론’에서 기계가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노동자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고 하였다. ‘3차 산업혁명’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의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1995년 당시를 기준으로 30년 내에 노동력의 2%만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 놓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는 기술 혁신의 순간마다 고도화된 기술과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보다는 새로운 분야에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결과를 가져왔었다.

지금 우리사회를 크게 흔들고 있는 화두 중의 하나가 제4차 산업혁명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생물학적, 디지털적 세계를 빅 데이터에 입각하여 통합하고 이들이 경제 및 산업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설명된다. 최근 대선 주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공약을 내걸고 있는 것을 보면 차기 정부의 수장이 누가 되던 간에 제4차 산업혁명이 산업 정책의 중심이 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철저한 대비 없이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추종만 있을 경우 제4차 산업혁명이 양극화와 같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산업의 소프트웨어화라는 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 때문이다. 즉,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소프트웨어화의 확산은 인간 고유의 영역인 커뮤니케이션을 사물과 사물 간에도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물들이 인간의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이 점점 사라져가고 경전철의 기관사가 사라져가는 것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기계에 의해 대체되는 일들이 단순 노동에 불과하였다면 향후에는 보다 숙련된 노동까지도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기술혁신이 생산성 증가와 더불어 시장의 수요를 증가시켜 일자리를 창출했듯이 지금의 제4차 산업혁명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작정 4차 산업혁명만 갖다 붙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를 거부하는 것 역시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화두인 지금 시점에서 전통적 의미에서의 일자리 확대가 지속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우리 경제와 사회에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지금부터 우리 모두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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