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지난 24일 의원 총회를 열고 유승민-홍준표-안철수 3자 ‘원샷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했다. 말이 단일화 제안이지 사실상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 저조에 따른 ‘백기투항’이다. 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도 힘겨운 ‘장미대선’에서 유 후보가 ‘남은 거리’를 완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바른정당의 ‘속내’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자유보수주의를 표방하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 1월 24일 공식 창당한 바른정당은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미’했다. 박근혜 탄핵에 찬동하고 ‘적폐’세력과 선을 그으면서 내심 ‘합리적 보수층’의 지지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심상정 후보에게도 뒤지는 유승민의 낮은 지지율과 동반하락한 당 지지율이라는 초라한 성적표 뿐이었다.
‘흙수저’의 삶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그들로서는 ‘풍찬노숙’의 난관이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처음이야 그런 암초들을 뚫고 나가겠다는 결기가 있었겠지만, 초라하고 지리멸렬한 장미대선 싸움에서 ‘시들어도 다시 피는 무궁화’의 인내심을 상당수가 ‘금수저’ 출신인 그들은 유지할 수 없었다.
게다가 현실적인 선거비용 문제가 걸려 있었다. 3∼4%의 지지율로는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는 15%의 조건은 커녕 반액을 보전받는 10%를 채울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는 1인당 선거비용 제한액인 509억9400만원이란 액수가 그들에게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될 판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새누리당과 결별하면서 내세웠던 ‘합리적 보수’라는 명분 대신 ‘도산’의 우려를 피해가는 실리를 택했다.
그런 사정들을 이해한다 해도 그들은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지는 못한다. ‘원샷 단일화’의 대상이 그들이 창당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척결 대상인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원샷 단일화’가 추진되는 순간부터 그들은 창당의 명분조차 잃게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리적이지도 않다. 결과적으로 변죽만 울린 셈인데, 바른정당이 ‘고뇌의 산물’로 단일화 제안을 내놓자 상대 당은 짐짓 시큰둥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금은 이른 바 자강론으로 갈 것”이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들의 지지층이 호남권과 DJ 영향권임을 감안할 때 보수 단일화에 끼는 것은 ‘역린’에 가깝기 때문이다. 산토끼 잡자고 집토끼를 놓칠 우려가 매우 클 뿐더러 의원 대부분의 지역구가 호남임을 감안하면 ‘역풍’을 우려한 의원들의 반대 또한 극심할 것이다. 게다가 안철수 후보는 한결같이 ‘자강론’을 강조해왔다.
자유 한국당은 자신들의 바람을 국민의당 스스로 해준데 대해 고마운 눈치지만, 연대의 번짓수가 다르다고 타박한다. 한국당이 꿈꾸는 연대는 보수연합이다. 국민의당 대신 조원진, 남재준을 끌어들이자는 이야기다. 이는 바른정당이 탈당과 창당 명분으로 내세웠던 ‘친박 핵심의 배척’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래저래 바른정당은 ‘원샷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는 최악의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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