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지난 26일 새벽 경북 성주골프장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장비를 전격 배치하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미군이 반입한 장비는 2∼3기의 발사대와 사격통제레이더, 교전통제소 등이다.  정부는 이날 사드 반입을 위해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경찰인력 8000여명을 동원해 성주골프장으로 가는 도로를 전면 통제했다. 사실상 군사작전처럼 전격적·기습적으로 이뤄진 이날 상황에서 주민 등 12명이 갈비뼈와 손목 골절, 타박상 등 부상을 입었고, 1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박수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상황실장은 “장비 반입에 굴하지 않고 평화투쟁을 계속하고 있다”며 “국방부에 항의하고 대선 후보들에게 사드배치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밝히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 배치의 효용성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는 왜 주한미군과 국방부가 ‘거짓 논란’의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기습적으로 사드장비 배치를 감행했을까에 대한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국방부는 “우선적으로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미 국방부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사드배치를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위기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말을 수긍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이날 장비 반입은 지난 20일 한·미 양국의 사드부지 공여 합의 후 6일 만에 기습적으로 이뤄진 조치로, “5월 9일 ‘장미대선’ 전 장비 반입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던 국방부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공여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데다 주민 폭행 논란까지 겹쳤다.
몇 가지 톺아볼 사안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밀어부치기 강행으로 ‘알박기’를 하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해석과 북핵에 대응할 유일한 대안이 사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사드 배치 여부에 대한 논의는 차기 정부로 넘기자”고 지속적으로 말해왔다. 일찌감치 외교·군사적 카드를 까보여 관련 분야의 입지를 스스로 좁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대륙간탄도비사일(ICBM)의 주 타깃은 미국 본토라고 보는 게 맞다. 김정은은 미사일을 미국 본토를 향해 조준하고 있다는 ‘무력 시위’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한국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사드를 거론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북핵 위협에 대응해 추진해 왔던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이렇게 우리 국민까지 다쳐가면서 이뤄진 주한미군의 군사작전을 눈뜨고 봐야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문학적 수치의 자금이 국방에 투입되고도 아직까지 미군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환수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방산비리 등으로 얼룩졌던, 그래서 자금을 효과적으로 운용하지 못했던 군의 잘못이 크다.
스스로 패를 보일 필요가 있을까. 스스로 군사·외교적 운신의 폭을 좁힐 필요가 있을까. 지금이 그 형국이다. ‘사드 논의’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만 그 ‘막강한 패’를 가지고 중국의 치졸한 ‘사드 보복’에 대응하고 예측불가 김정은 정권의 위험한 도발에 맞설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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