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 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모진 풍랑 속에 난파선의 몰골이 된 대한민국호가 오는 5월 9일에 새 선장을 선출, 새로운 항로를 향해 출항하게 된다. 13명의 후보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향하여 자신이 최적격자라고 외친다. 주요 후보 5명은 TV에 출연하여 국가가 지향하여야 할 좌표와 행동계획(action plan) 등을 발표하며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소신을 피력한다. 타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진력한다. 그런데 유권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들은 18대 대통령 당선자의 ‘국민의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기대하였었지만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은 한낱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였고 오히려 대통령은 국정최고책임자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고 직함도 자격도 없는 비선인사로 하여금 신성한 국정을 농단케 하는 전대미문의 우를 범함으로써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처벌을 받고 불명예스럽게 퇴진, 현재 ‘피의자’의 신분으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니 이 얼마나 참담한 일인가. 헌정사에 크나큰 오점을 남긴 비극인 것이다.
누구의 탓으로 돌릴 것도 없이 국가나 국민으로서 더없이 불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하여 좌절한 채 표류할 수는 없다. ‘국가를 다시 세운다’, ‘국가를 개조한다’는 등의 각오로 국정의 모든 틀과 업무를 원점으로 돌려 ‘본질’에 맞게 다시 설계하고 구축하여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정최고사령탑으로서의 국정최고책임자를 제대로 선출하여야 한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언제든 그러해야겠지만 특히 이번에는 투철한 공복관과 민본철학,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과 맡은 바 직분을 천명(天命)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는 소명의식 및 사명감, 공명정대한 관리능력 등을 구비한 대통령을 선출하여야 한다.
국정최고책임자는 누구보다 투철한 공복관과 민본철학 등을 갖추어야 한다. 공복관(公僕觀)이란 공적인 심부름꾼으로서 가져야 할 사고와 자세를 말한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면서 공무원(정무직)이다. 국민을 하늘처럼 섬겨야 하는 관리인이고 심부름꾼이다. 주인인 국민의 말과 주장 등을 경청하고 정성을 다하여 실행에 옮겨야 하는 국가의 가장 큰 심부름꾼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큰 심부름꾼인 점에서 국민의 소리를 빠짐없이 듣고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전대통령은 어찌하였는가. 공공정책의 결정과 집행의 최고 정점에 있으면서 정책을 직접 다루어야 할 공직자들과는 대면자체를 기피하면서 비선에 의지하여 국정을 파행시키지 않았는가. 공직을 사용화 내지 사인화하고 급기야는 공직관의 실종상태를 초래한 것이다. 민본이 아닌 망민(忘民)의 국정을 편 것이다.
다음으로 대통령은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구비한 사람을 선출하여야 한다. 대통령은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친?반(親?反)을 따지지 말고 국민, 더 나아가 정견을 달리하는 타당지도자들까지도 포용하고 국가의 목표구현에 동참케 함으로써 국익 앞에는 모두가 하나가 되는 국민통합의 기수가 되어야 한다. 반대 정당과 대치국면을 조성하여 민생을 표류케 하지 않고 정책파트너로 삼아 국민의 복지만을 보고 협조케 하는 정치문화를 조성하여야 한다. 그렇게 할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맡은 바의 직분을 하늘의 명령으로 알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을 선출하여야 한다. 소명을 자각하고 사명을 다하는 사람을 선출하여야 한다. ‘왜 내가 국정최고책임자가 되려 하였는가’에 대한 초심을 한시도 잊지 않고 맡은 일은 하늘이 자신에게 부과한 고귀한 임무로 알고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이나 부 등의 향유와 입신출세의 영화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닌 국민의 안전과 행복 등을 위하여 무한봉사 하라는 자리인 것이다. 인생이나 관직 등은 유한하나 국정최고책임자의 자리는 영원하다는 관점에서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국정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영혼이 있는 국정최고책임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리민복과 인권존중 등을 목숨보다 더 중히 여기고 역사와 인류 앞에 떳떳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국민의 행복지수 향상에 맞추는 사람이어야 한다. 흔히들 ‘대통령은 하늘이 낸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하늘이 낸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을 하늘의 뜻과 직결시키는 것은 대통령직이 갖는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19대 대통령은 하늘이 낸 자격자를 선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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