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배
한 사내
유목민의 핏줄
깊이 내려놓은 집은
오래 머물 량으로 지어진 것 아님
부레옥잠 가시연꽃이 그러하거늘
바람에 조금씩 떠밀리며
물 속 어린 고기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
타는 햇볕으로 달궈진 물
땅의 막히는 숨통 끝에
작고 여린 꽃잎 피워
벌레 같은 시 몇 편 남기는 일
본시 없는 집에 연연할
까닭 없는 슬픔도
둥둥 띄우는 것
이유가 더 이상 없는 삶이어도
물위의 집에 머물러 있음은
청개구리 울음 끝
번지는 비의 무늬에
미련없이 뿌리 떼어주는
한 사내의 집
그리곤 넌지시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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