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인성교육칼럼니스트)

▲ 반영섭(인성교육칼럼니스트)

  꽃피는 사월이 가고 장미꽃의 계절 오월이 왔다. 사월과 오월은 봄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봄이면 꽃샘추위가 반드시 찾아와 시샘을 부린다. 그러나 그 시샘 속에서도 봄꽃은 언제나 흐드러지게 피운다. 그러나 수많은 이름 모를 들꽃이나 야생화들은 벌써부터 일찌감치 피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자주 다니는 무심천변에도 봄이면 어김없이 밭둑에 냉이랑, 꽃다지 그리고,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앙증맞게 “나 여기 있어요.”하며 실낱같은 미소를 날린다. 순간 한 무리의 가족들이 사랑스러운 자녀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지나간다. 나는 ‘아! 이 사람들이 바로 꽃이 아니고 무엇이랴.’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교육자였던 내가 자연의 꽃에만 눈이 멀어 진정한 사람꽃을 몰라보다니, 머리가 긁적여 졌다. 이 세상에 무엇보다 귀한 꽃이 사람꽃이 아니고 무엇이랴! 꽃 중에는 별의 별 꽃이 다 있다. 봄 하면 제일먼저 엄동설한을 이기고 피는 복수초를 들 수 있다. 어느 시인이 말하길 눈얼음을 깨고 피어나 결코 그 향기를 팔지 않은 채 하나의 사랑에 행복을 먹음은 덕(德)을 기리고 있어서 이름이 복수초(福壽草)라 했다. 이런 복수초 꽃에게는 그까짓 꽃샘추위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꽃샘추위도 다 까닭이 있는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너무 쉽게 핀 꽃이 오래 갈 리가 없고 향기가 짙을 리 없으며 열매가 탐스러울 리가 없다. 이제 며 칠 뒤 어린이날과 스승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교육계에서 은퇴한지 어언 5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학생들을 너무 성급히 몰아 부친 것 같아 후회가 밀려온다. 또한 너무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환심만 사려고 편파적으로 가르치진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능력도 다르고 태어난 환경도 다르건만 일시에 같은 학습목표 만을 향해 가르친 젊은 교사시절이 반성이 된다. 채송화나 봉숭아꽃은 여름에 피고, 코스모스나 국화꽃은 가을에 피며 심지어 무화과는 꽃도 피지 않으나 달콤한 열매를 맺지 않는가. 사십여년 전 초등학교 제자들이 반창회에 초청하여 참석한 일이 기억난다. 초등학교시절 거의 학력이 부진아에 속하던 아이가 고등학교 때 장학생이 되었다고 자랑하던 일이 떠오른다. 그땐 그 제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교육자라면 어느 누구하나 소홀함이 없이 개인차를 인정하고 그 아이들마다의 적성을 파악하여 가르쳐야 한다. 거기다가 인성과 창의를 겸비한 내일의 인재로 기르기 위해선 어른들의 세세한 손길과 사랑과 정열이 있어야 한다. 이른 봄 아파트화단에 아무런 꽃도 없는 화단에 꿀벌들이 잉잉대는 것을 본적 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화단을 살펴보니 회양목에 눈에 띄일듯 말듯 좁쌀같이 자그마한 노란 꽃들이 숨어 있었다. 화려한 꽃만 꿀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도 학력이 우수하다고 반드시 인성이 우수한 것도 아니고, 학력이 낮다고 후에 성공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것을 언제나 교육자와 부모들은 가슴에 새겨야 한다. 법정스님의 말씀 중 ‘꽃은 우연히 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한 송이의 꽃을 피기 위해서는 그 꽃이 피기 위한 수많은 원인과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꽃들 중 가장 화려한 색깔과 가장 강한 향기를 지닌 꽃은 사막에서 피는 꽃이라고 한다. 멀리 있는 벌과 나비 그리고 새들을 불러 모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꽃만 그러 할 것인가? 교육이라는 것이 꼭 그 이치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하지 않는가? 서두른다고 될 교육이 아니다.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부단히 연구하고 정열을 쏟아 아이들을 가르치는 노고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교육자나 학부모가 교육을 잘못시키면 고귀한 한 아이의 인생을 파멸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아이들 교육은 반드시 학부모와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학부모들이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서로서로 잘 어우러져 사람답게 살아가는 기초기본 예절과 공공질서를 지켜야 한다. 즉 학부모가 먼저 소통의 꽃, 사랑의 꽃, 배려와 봉사의 꽃등 아름다운 삶의 꽃을 피울 줄 알아야 한다. 자녀에게 강요하거나 몰아붙인다고 될 교육이 아니다. 양귀비꽃은 예쁘기 그지없으나 독이 있어 마약에 이용되어 고귀한 삶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근대’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인용해 본다. “흙에 꽃씨가 미쳤고, 햇볕에 꽃씨가 발악했다. 바람에 꽃잎이 미쳤고, 빗방울에 꽃향기가 폭발했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무명교사예찬론 한 구절을 되새겨 본다. “젊은이를 올바르게 이끄는 것은 무명의 교사로다. 그가 켜는 수많은 촛불, 그 빛은 후일에 그에게 돌아와 그를 기쁘게 하나니, 이것이야 말로 그가 받는 보상이로다.” 교육에 미쳐야 내일의 꿈나무인 아이들을 저마다의 향기와 달콤한 꿀로 가득 찬 꽃으로 활짝 피워 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자와 학부모, 이웃들이 모두 함께 사랑을 쏟아야 향기로운 사람 꽃으로 피어 날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가, 우리나라의 미래가 모든 어른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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