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시인)

▲ 나기황(시인)

D-5일, 19대 대선 투표일까지 닷새가 남았다. ‘장미대선’이라는 이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오늘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맘만 먹으면 어디서건 가까운 투표소로 달려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다.

“정상적 시장이 아닌 일정한 곳에서 상품, 중고품, 고물 따위가 도산매, 투매, 비밀 거래 등으로 북적거리는 시장”을 ‘도떼기시장’이라 한다. 이번 선거판의 모습이다.
두 명의 사퇴 자를 포함해서 15명이 적힌 투표용지를 받아보는 느낌이 어떨까 궁금하다.
여섯 차례의 TV토론과정을 지켜 본 소감도 개운치가 못하다.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갖춘 선두후보와 후발주자들 간에 추격전을 벌이며 마지막 토론까지 마쳤지만 새로운 이슈는 없었다. 짧은 유세기간 탓에 정책검증은 물론 대선주자들의 자질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이고 후보자들 자신도 팩트체크와 흑색선전 사이에서 피로감에 찌든 모습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절묘한 시점에서 개봉된 영화 ‘특별시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차기대권을 노리고 있는 변종구(최민식 분)가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 얘기다.
여야진영의 여론조작과 후보 단일화를 위한 위선적 행태, 불법정치자금과 음모, 참모진들의 배신과 선거캠프간의 정보전, 자녀들의 스캔들까지 정치적 술수와 암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시민’은 어쩌면 별로 특별하지 않은 영화다.
자신이 저지른 음주운전 살인사고를 딸이 한 것으로 하자는 변종구를 향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정치가 뭐 길래...”하며 부인이 가슴을 치며 오열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에서 ‘정치의 르네상스’를 기대할 순 없는 것일까.
위기가 기회다. ‘메디치효과(Medici effect)’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작은 도시 피렌체에서 시작된 메디치 가문의 정신이 ‘르네상스‘를 불러왔듯이 이번 19대 대선이 ‘메디치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지도 모른다.
두 명의 교황과 두 명의 프랑스왕비를 배출할 만큼 명문가였던 메디치가문의 정신은 당대의 이질적인 사람들, 즉, 음악가, 미술가, 상인, 철학가, 군인, 건축가, 성직자들을 후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를 이어 그들이 함께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줌으로써 중세와 근세를 잇는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어 냈다.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은 대표적인 예술가로 보디첼리,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있다.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도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았고 군주의 모델도 다름 아닌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효과’의 핵심은 서로 ‘다름’이 ‘갈등’으로 가는 요소가 아니라 창조와 혁신으로 융합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창조와 혁신, 그리고 융합의 재료는 이미 대선주자들의 슬로건에 나와 있다. ‘나라를 나라답게/든든한 대통령’, ‘당당한 서민대통령/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 ‘국민이 이긴다.’ ‘보수의 새 희망/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노동이 당당한나라/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
그렇다면 위기의 대한민국,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장미대선을 통하여 어느 당에서 정권을 잡고 누가 대권의 주인공이 되든지 ‘오, 대한민국’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합리적 보수, 안정적 진보로 나아가는 대통합의 길에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선택한다.”
메디치가문의 시대정신이 세계사에 우뚝한 문예혁명의 초석을 놓았듯이, 이번 19대 대선이 ‘메디치효과’를 제대로 살린 대한민국 정치 르네상스를 가져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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