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동양일보) TV 드라마는 온 국민에게 여러 분야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송 중기가 한 대사를 흉내 낸 “∼하지 말입니다” 가 산문 기사 제목으로 쓸 정도로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배어 있다. 심지어 탈북자들이 출연하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 와 ‘모란봉 클럽’에서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복사본을 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요즈음 방영 되는 TV 드라마 ‘빛나라 은수’를 보면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외할머니와 유능한 의사인 아버지와 사는 김 빛나, 그리고 서민의 딸 오 은수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죽은 딸을 대신하여 외손녀 김 빛나를 지극정성을 넘어 과잉보호 속에 키우는 외할머니는 배려와 협동 그리고 봉사하는 생활과 예절 같은 바른 품성 교육은 외면한 채 빛나를 일류 피아니스트로 키울 욕심으로 학교에서도 잘 사는 위세를 부려 학교를 좌지우지 한다. 빛나도 친구들을 돈의 힘으로 세력화 하여 마치 조폭 세계의 부하처럼 부린다. 서민 가정에서 자라 교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한 결과 이 학교에 새로 부임한 신출 교사 오 은수는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친다. 그러나 자기가 제일 잘 낫고 자기가 하는 일이 전부 옳은 줄 알며 안 되는 일이 없이 자기 위주로만 사는 것이 몸에 밴 김 빛나는 이에 반항 하면서 교육 중 거짓말로 오 은수 선생에게 맞았고 그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쳤다고 하며 피아노 공부도 포기한다. 사실은 피아노 공부가 싫어 포기하려던 참이었는데 이 일을 오 은수 선생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빛나는 평소 마음이 약하고 친구들에게 왕따 당할 가봐 겁내고 있던 오 정아를 조종해 그 사건에 대해 거짓으로 증언하게 해서 오 은수 선생은 폭력 교사로 법의 심판을 받고 좋아하는 교직을 그만 둔다. 그 후 요리 학원의 보조 교사로 일하다가 취업 한 곳이 ‘윤가네 식품’ 이라는 된장을 만드는 식품 회사였다. 빛나는 그 회사 사장의 맏며느리가 되어 회사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 회사에서도 빛나는 오 은수 선생을 멸시하고 업무를 방해하며 오 은수가 시동생과 교제하는 것도 끝까지 반대하고 훼방을 놓지만 둘이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여 빛나와 오 은수의 관계는 동서지간이 된다. 8년이 지난 후 학창시절의 김 빛나 증인이었던 오 정아가 재심에서 양심선언을 함으로 오 은수 는 무죄 판결을 받는데 이 과정에서도 빛나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 은수를 회유, 협박하는 등 개전의 여지가 없고 외할머니 역시 변호사를 선임 하면서까지 버티다가 도저히 뒤집을 수 없게 되자 오 은수 가족에게 사과하지만 마지막 결론은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고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빛나를 위한다는 것이 전부 돈으로 해결하며 키웠고 빛나는 결혼 후에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을 보면서 요즈음의 드라마를 생각해 본다.
 온통 드라마의 내용이 회사내의 부정과 모함, 삼각관계의 애정행각, 청부살인과 폭력, 법조계와의 결탁, 가난한 청년이 재벌 기업의 사위로 본부장이 되어 경영권 넘보기, 그리고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고아원 등의 드라마 전개는 나쁘다 못해 비윤리적이고 악랄한 장면 투성이로 이젠 이런 드라마가 식상하다. 예술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시청률에만 신경 쓰기 때문이다. 방송심의위원회의 지적이나 처벌을 받아도 시청률만 높으면 작가를 격려하고 포상을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또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고 그런 생각의 댓글을 보내니 작가의 본래의 의도와 다르게 극단으로 드라마가 전개 된다.

 흉보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정서적으로 해롭고 극단적인 장면을 보면서 비판하고 흉보지만 여러 번 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드라마는 각박해지고 거칠어지며 조급하고 황금만능주의로 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통속적 저질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에도 얼마 전에 방영 되었던 주말 드라마 ‘아이가 다섯’ 을 보면 대안을 발견할 수 있다. 직장에서 팀장과 팀원인 남녀는 각각 아이 둘과 셋이 딸린 아빠, 엄마지만 자연스럽게 재혼하고 가정문제도 아이 다섯과 상의 하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그야말로 민주적이다.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인 요즈음 별로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선거 공약보다는 훈훈한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 한편이 안방을 파고들 때 주는 감동이 국민들을 더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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