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5.9대선후보 중앙선거방송토론회를 끝으로 조기 대선국면을 달궜던 모두 6차례의 합동 TV토론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선후보토론회는 짧은 선거기간(22일)임에도 2012년 18대 대선 때와 비교해 일단 횟수에서 두 배가 증가했다.
양적인 증가보다 더 주목을 받는 것은 질적인 변화다. 일각에서 대본 없이 진행된 ‘스탠딩 방식’의 대선후보 토론을 허울뿐이란 지적을 제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의 볼 수 없었던 토론 문화를 완전히 바꿨다는 점에서 얻은 것도 적잖다. 과거에도 대선후보 TV 토론회가 열렸지만 이번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물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진검 승부’라기보다 각본에 따라 흉내만 내는 ‘목검 시범’에 가까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단 시도를 해봤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간 보여주기식 케케묵은 토론회 문화가 깨진 것이다.
물론 처음 하는 스탠딩 토론이다 보니 토론회 구성과 후보별 시간 배분에서 허점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사회자 개입을 최소화한 2차 토론회가 그랬다. 후보들 사이에 난상토론이 벌어진 것까진 좋았는데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한테 질문이 너무 쏠리다 보니 답변 시간을 다 빼앗겨 다른 후보한테 질문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일각에선 양자 또는 삼자 대결에 적합한 스탠딩 토론을 다섯 후보에게 적용하다 보니 중구난방이 됐다는 지적도 한다. 후보들의 토론 방식과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정책 검증보다 의혹 들추기 등 네거티브 공방에 몰두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토론의 수준과 언어의 품격도 대통령 후보들이라고 하기엔 기대 이하였다. 예컨대 공약의 맹점을 파고드는 상대 후보를 아랫사람 대하듯 조롱하고, 난처한 질문이 나오면 엉뚱한 답변이나 황당한 반문으로 초점을 흐렸다. 객관적으로 우월한 상대의 전문성을 막무가내로 무시하고,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상대의 논리를 흐트러뜨리는 장면은 지켜보는 유권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심지어 격론이 벌어진 후 팩트체크 결과를 제시해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며 잡아떼는 후보도 있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후보가 이러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떼법’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번 토론회에서 후보검증에 대한 가능성을 본 만큼 제대로 준비해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번 토론회의 고득점자를 꼽자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아닐까 싶다. 심 후보는 토론회 덕을 톡톡히 봤다. 낮은 한 자릿수였던 지지율이 최근엔 근 10% 선까지 올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여성 설거지’ 발언 등으로 잇단 설화를 자초했다. 하지만 토론회를 거치면서 ‘시원하게 할 말은 하는 강한 후보’의 이미지를 보수층에 각인시켰다.
실제로 근 3주간 여섯 차례 TV토론을 진행하면서 2위 이하의 후보들 사이에 의미 있는 지지율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와 의문점도 남겼다. 선거관리 당국은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TV토론에 나설 수 있는 후보의 자격 조건도 현실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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