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꽃 ‘카네이션’ 안 팔린다

7일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고객들이 어버이날 ‘카네이션 디퓨져’를 고르고 있다. 롯데마트는 어버이날을 맞아 ‘러브카네이션 디퓨져세트’를 9900원에 ‘핑크안개 디퓨져세트’를 1만9900원에 판매한다.

“지금쯤이면 카네이션 배송 박스로 복도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바빠야 하는데…. 요새는 일감이 없어 매일 '칼퇴근'한다면 얼마나 한가한지 아시겠어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 화훼공판장 지하 꽃상가에서 자그마한 판매 점포를 운영하는 A 씨는 텅 빈 복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어버이날이 평일(월요일)이어서 주말 직전까지 주문량이 가장 많을 때”라며 “매년 카네이션 판매가 줄고 있긴 하지만 올해는 체감상 바닥”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대체 선물 수요 증가와 소비 위축에 5월 카네이션 판매량이 해마다 감소하면서 이른바 ‘카네이션 특수’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카네이션 1속당 평균 가격은 445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급감했다.

카네이션은 20송이가 1속이다.

어버이날이 올해처럼 평일(월요일)인 경우 어버이날 직전 주말에 카네이션 선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시기 거래가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시세가 20%나 떨어졌다는 건 예년만큼 수요가 높지 않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카네이션 거래량도 17만9835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aT는 이번 어버이날은 징검다리 연휴와 겹쳐 카네이션 소비가 줄었고 카네이션 대신 상품권,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풍토가 확산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이어서 농가의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는 ‘학생대표가 스승의 날에 공개적으로 선물하는 카네이션이나 졸업생이 찾아가 전달하는 꽃 선물은 사회상규상 허용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놨다.

단 학생에 대한 평가·지도를 담당하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선물은 가액기준 이하라도 주고 받아선 안된다.

다르게 말하면 꽃 한 송이라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개인적으로 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 판매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나마 시중에서 판매되는 국산 카네이션도 점차 수입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카네이션 수입 실적은 255만3000 달러로, 5년 전인 2012년(160만 달러)보다 59.5% 급증했다.

2015년 국내 생산량과 지난해 수입물량을 기준으로 수입산은 국내 총 유통 물량의 25%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입산의 95.4%는 국산보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이 점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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