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석

싱싱한 새벽하늘을 데리고 의사가 분만실로 들어간다

 

팽팽한 대기

팽팽한 지평선

차디찬 적막이 흐르고 적막이 흐르고

 

눈 덮인 들판 끝으로

먹물처럼 퍼지는 여인의 외마디 비명

 

놀란 새가 푸드덕 허공에 희디흰 칼금을 긋는다

 

하늘의 회음부가 예리하게 절개되고

아기 울음 터진다

사방으로 빛이 터진다

 

눈 뜨는 돌

눈 뜨는 대지

샘물이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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