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스승의 날인 그제(15일) ‘사이다 소식’이 들려왔다.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김초원(당시 26세·여)·이지혜(당시 31세·여) 기간제 교사가 순직 인정을 받는 길이 트였다는 소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에게 순직처리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현행법상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던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연금법시행령에 반영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은 국회를 거쳐야 하지만 시행령은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가능해 조만간 확정소식이 들려 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이들 교사의 순직 인정 소식에 반색하는 것은 과거 정부의 행태가 유족들에게 너무나 큰 아픔과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에서 숨져가는 학생들을 구조하다 숨진 9명(미수습자 2명 제외)의 교사들중 김초원·이지혜 교사에 대해서만 순직인정을 하지 않았다. 정규직이던 다른 희생교사 7명이 모두 순직을 인정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다시 말해 정규직 교사가 아니어서 죽어서도 차별을 받는 신세가 된 것이다.

유족들은 참사 1년여만인 2015년 6월 순직을 신청했으나 소 귀에 경 읽기였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다른 기간제 교사, 시민단체 등도 가세해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명운동, 오체투지 시위 등을 벌였다. 김 교사 유족은 지난해 6월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인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국회의장을 상대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심의 등 조속한 입법조치를 통해 숨진 기간제 교사 순직을 인정하라는 의견 표명을 했다. 또 인사혁신처장에게는 기간제 교사 등이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무수행중 사망했는데도 순직을 인정하지 않으면 신분에 따른 차별소지가 있다며 개선안 검토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만 내세워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순직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정부로부터 외면당한 김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9)씨는 하도 울부짖은 탓에 성대가 녹아내려 지난 3월 인공성대 교체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한없는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유족들에게 스승의 날 선물이 배달됐다. 문 대통령은 순직인정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한 뒤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젠 몸과 마음을 추스리라고 위로까지 했다.

순직은 공무원이 업무중 사망했을 때 인정된다. 동시에 보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엄정한 심사는 필수적이다. 그래도 법에는 눈물이 있고 예외가 있다. 특히 세월호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인정을 하지 않은 것은 세월호 참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박근혜 정권의 비인도적 처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세월호 생존자들은 구조받은게 아니라 탈출했다고 증언할 정도로 배가 완전 침몰할때까지 국가는 손 놓고 있었다. 세월호에서 밖으로 빠져 나오는 승객들만 건져내는 모습과 침몰 광경을 TV로 지켜보던 국민들 역시 숨이 막혀갔다.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은 국가가 아닌 단원고 교사였다. 제자들을 살리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구조활동을 하다 끝내 희생됐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정규직, 비정규직이 어디 있고 희생자가 정교사니, 기간제 교사니 하며 차별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국가가 정말로 ‘법대로’ 깐깐하게 순직을 처리하겠다면 필자도 할 말이 있다.

10여년 전, 전날 술을 마신 어느 한 공무원이 새벽에 일어나 자신의 승용차를 끌러 횡단보도 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숨진 일이 있었다. 그 공무원은 순직으로 처리됐다. 당시 상황을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순직인정을 받았다.

이 공무원의 사망과 기간제 교사의 사망. 굳이 죽음의 가치를 따진다면 누가 더 고귀할까.

지난 3년간 정부가 이 두 교사와 유족들에게 한 행태는 기간제 교사는 아이들을 두고 도망쳤어야 했다고 가르치고 있다.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는 일선 현장에서 똑같은 일을 한다. 차이가 있다면 성과급과 복지포인트 지원여부와 교육청 서류에 기간제 교사라는 다섯 글자만 더 쓰여져 있을 뿐이다.

대통령 한마디에 일이 해결될 것을 왜 그토록 분탕을 쳤는지, 차라리 아이들에게 답을 물어봤으면 그게 해법 아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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