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창 충북 경제현안 조사특위 부위원장

충북도지사의 행정사무조사 재의요구로 충북도와 도의회 간의 큰 시비가 벌어졌다. 충북도는 행정사무조사 활동이 투자유치 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추측’을 재의요구 요건인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행정사무조사 특위 부위원장으로 직접적 당사자 격인 본인이 그에 대한 시비를 논하고자 한다.

어떤 사안의 시비를 가릴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선후(先後)이다. 왜냐하면 선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의제가 바뀌고 판단의 방향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의요구를 살펴보면 충북도는 선(先)을 행정사무조사로 후(後)를 투자유치 활동으로 규정했다. 그렇기에 의제는 ‘행정사무조사와 투자유치 간의 관계’로, 판단은 ‘행정사무조사가 실시되면 투자유치가 위축될 수 있다’로 도출된 것이다. 그럴 듯 하다. 두드러진 논리상의 허점도 없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으로 전체 진행 과정 중 일부만을 잘라냄으로 맥락과 동 떨어진 의제가 설정돼 도출된 잘못된 판단이다.

더 큰 선후과정이 있다. 즉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행정사무조사는 선(先)이 아니다. 후(後)다. 전형적인 사후견제 수단인 행정사무조사는 어떤 의제에서도 선(先)이 될 수 없다. 그러면 행정사무조사에 앞서는 선(先)은 무엇인가? 충북도의 경제 실정이다. 에어로폴리스·에코폴리스·이란2조원 유치 등 대규모 경제 현안 사업의 연이은 무산이 선(先)이다.

다시 한 번 선후를 정리해 보자. 선(先)은 충북도가 대규모 현안 사업을 줄줄이 무산한 것이다. 그리고 후(後)는 이에 따라 도의회가 행정사무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도출되는 의제와 판단은 무엇인가? 의제는 ‘대규모 경제현안 사업을 연이어 무산시킨 집행부에 대해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타당한가?’이다. 이에 대한 판단 혹은 본인의 주장은 ‘대규모 경제현안 사업을 연이어 실패한 만큼 그에 대한 진상규명과 충청북도의 경제정책 수행역량 재점검을 위해 행정사무조사가 필요하다’이다.

대의 민주주의에 기초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과 논리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상식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상식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반면 비상식은 복잡하고 모순을 내포한다. 행정사무조사가 투자유치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이 바로 그렇다.

이 주장에 따르면 현재의 상황은 ‘지방선거를 1년 남짓 앞둔 도의원들이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기업들 죽이기에 나선 것’이다. 도의원들끼리 작당해 지역구에서 욕먹고 낙선하기 딱 좋은 짓거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너무 설득력이 없다. 그런데 충북도는 왜 이런 얼토당토 않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이번 행정사무조사가 지극히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 당위성이 큰 만큼 이를 억지로 가리기 위한 주장은 조금만 이면을 들춰봐도 모순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인은 앞서 이번 행정사무 조사를 투자유치 위축을 염려하신 분들까지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민의를 받들어 선출된 도의원으로서 도민들의 요구는 지엄한 명령이다. 도민들께서 짜다면 짠 것이고 도민들께서 염려를 하시면 그 걱정을 덜어드려야 한다. 이에 행정사무조사 특위는 앞서 개별기업의 투자내역은 조사대상이 아니며 보안서약 등 재삼재사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며 별도의 성명까지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도가 이 사안을 재의요구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그 만큼 궁색한 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규모 현안 사업을 줄줄이 무산시켰음에도 도민들에게 책임은 지기 싫으니 그것을 감추고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논리가 빈약하겠는가? 솔직히 그 부분만큼은 맞서 시비를 가릴 상대인 본인 또한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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