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시인)

▲ 나기황(시인)

집권 채 열흘도 되지 않은 문재인정부에 쏠리는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긴 ‘국정공백’의 터널을 빠져나온 직후이기도 하지만 현 정부에 바라는 기대치가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화제의 이면에는 文대통령의 ‘업무지시’라는 특유의 국정운영스타일도 한 몫을 하고 있다.
10일, 취임하자마자 내린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가 대통령직속 ‘일자리 위원회’구성이다.
대선 내내 제1의 국정과제로 꼽아온 ‘일자리창출’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업무지시 2호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국정교과서폐기’를 지시했고 지난 15일 연이어 3호, 4호 업무지시에 서명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노후화 된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가동중단‘과 세월 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 제 교사의 순직 인정‘ 절차를 진행하라는 내용이다. 모두 취임 후 엿새 동안에 쏟아 낸 대선공약 이행이며 국정업무지시다.

文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에 대해 혹자는 트럼프 미대통령의 ‘행정명령’ 발동에 비유하기도 하고 체감온도는 다르지만 이전 박근혜정부의 소통방식과 달라진 상황을 실감하기도 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업무지시’의 의미를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면서 ‘특별히 의미가 있거나 국민이 알았으면 하는 것’을 업무지시 형태로 공개하는 것이라 밝혔다.
어떤 식으로든 집권초기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상당한 파급력을 갖게 마련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오랫동안 체증처럼 얹혀있던 사안이 단숨에 해결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선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고 정책에 반영시켜 실행하겠다는 개혁의지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문제는 ‘협치’를 표방하고 나선 文정부의 발 빠른 행보가 너무 앞서간다는 지적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6일 "새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은 유감스럽게도 일방적 지시와 독주의 연속이었다"며 "지금까지 엄청난 사회적 논쟁이 있어왔던 사안이거나 우리 국가 안보 및 외교에 현저한 영향을 끼치는 결정, 국가적으로 큰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정책 등은 반드시 사회적 합의와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 그리고 정부 내에 공적 시스템을 통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사안의 중대성과 업무지시의 절차, 이행속도에 관한 우려에서 나온 얘기다.

15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文정부의 국정수행 전망은 74.8% ‘잘할 것’으로 나타났다. ‘잘해 줬으면’하는 강한 기대치이기도 하다. 계산상으로는 40%의 지지를 얻은 정당의 정책이 100% 성공하려면 60%의 설득과 이해가 필요하다.
지난 12일 문대통령은 첫 공식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1만 명 전원 연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화답했다. 참으로 빠르고 화끈한 결정이다. 로봇을 도입해 인력을 대폭 줄이려던 인력관리정책이 일순간에 바뀌는 순간이다.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담긴 국정운영에 협조하는 것은 얼마든지 오케이다. 다만, 중.장기적 전략수립과정에서 나타났을 문제점에 대한 고민 없이 무조건 업무지시를 따르는 것은 문제를 그냥 덮고 가는 모양새다.

오늘은 ‘5.18민주화운동’이 37회를 맞는 기념일이며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업무지시 2호를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아닌 ‘제창’으로 부를 수 있게 됐다. 합창에서 ‘제창’으로 바뀌기까지 순탄치 않았던 과정을 생각하면 ‘대통령의 한마디면 되는 걸’ 하는 만시지탄의 감회가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의 한마디’로 모든 국면이 풀릴 것이라는 환상도 경계해야 한다.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여 ‘속도경영’에 치중하다보면 자칫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챙겨야겠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文대통령의 업무지시가 화해와 소통의 과정을 거쳐 ‘국민을 위한 행진곡’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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