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논설위원/충북대 교수)

▲ 권수애(논설위원/충북대 교수)

5월은 기념일과 가족행사가 많은 달이다.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하여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지나, 올해 15일은 스승의 날과 성인의 날이 겹치고 21일은 부부의 날이 이어진다.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 향상을 위하여 제정한 근로자의 날은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8만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장시간 노동에 대항하여 8시간 노동을 보장받으려는 집회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1923년부터 조선노동총동맹의 주도로 노동절 행사가 시작되어 1958년 대한노총 창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했고, 1963년엔 4월 17일을 ‘근로자의 날’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1994년부터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기념한다. 불과 2주 전 근로자의 날조차 쉬지 못하고 일하다가 크게 다치고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발생했으니 무슨 말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로할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 어린이날은 3.1운동을 계기로 민족정신을 일깨워주고자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소년회 창설을 필두로 1922년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정해 모든 어린이가 이 날을 통해 존중 받고 즐겁게 보내라는 의미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중단되었던 어린이날은 광복 후 부활되었고 1973년에는 5월 5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1975년부터는 법정 공휴일이 되어 어린이를 존중하는 마음을 살려가고 있다. 100년이 되어가는 어린이 인권 옹호운동이 무색하리만치 최근 오히려 아동학대와 폭력사건이 증가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함함하다는 속담을 생각하면 친부모로부터 방치와 폭력으로 끔찍한 일을 당하는 아동들에게 인면수심의 어른들이 얼굴 들고 살 수 있을까?.
  ?미국의 한 여성이 생전에 효도하지 못했음을 후회하면서 어머니 생전에 좋아하시던 흰 카네이션을 심고, 기일에 카네이션을 달고는 교인들에게 꽃을 나눠주며 어머니 잘 모시기 운동을 시작한데서 비롯되어 1914년 윌슨 대통령이 두 번째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선포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정했다가 1978년 어버이날로 개정하여 '모정, 사랑, 애정, 감사,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는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부모님 은혜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효는 백행의 근원이라 했거늘, 효도는커녕 불효를 넘어 패륜을 저지르는 자식이 그의 처벌을 걱정해 사실을 감추어주는 부모의 깊고 넓은 사랑을 헤아릴 줄 모르니 부모의 속은 더욱 타들어만 간다.
  스승의 날 유래는 1958년 충남 강경여고에서 청소년적십자를 중심으로 병환중이나 퇴직한 교사를 위문하는 운동으로 시작되어 1963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은사의 날’을 제정하고, 1964년 국제연합에 가입한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1965년 스승의 날을 겨레의 스승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바꾸었고,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정책으로 금지되었다가, 1982년 법정기념일로 부활하였다. 최근 들어 교육현장에서 스승의 날은 곤혹스러운 기념일이 되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건네는 음료 하나에도 선생님은 불편한 마음으로 갈등하게 되고, 학생들에게 강의평가를 받는 교수들은 편한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밥 한 끼 사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파렴치한 폭력 스승이 있는가 하면, 학생이 스승 대접을 하지 않고 교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빈번하니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는 것이 낫겠다는 탄식도 흘러나온다.
  성년의 날 역사는 고려 광종이 세자에게 원복(元服)을 입힌 데서부터 유래하여 남자의 경우 관례(冠禮)로 관을 씌우고, 여자의 경우 계례(?禮)로 족두리를 씌우는 의식을 통해 성년됨의 의미를 새기기 시작했다. 현대에 와서 5월 셋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정하고 민법상 만 19세가 되는 젊은이들에게 성년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우고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며 격려한다. 성년기를 훌쩍 넘기고도 자립하지 못하는 청년들과 그들의 독립을 적극 독려하지 않고 방치하는 부모 모두 성년의 날 의미를 다시 새겨봐야 할 일이다.
  부부의 날은 1995년 5월 21일 창원의 교회 권재도 목사 부부가 화합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어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2007년부터 기념일로 제정되었다고 한다. 가족해체가 증가하는 요즘 부부의 날을 맞아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부부가 한뜻으로 가정의 중심을 이루고 화목을 유지한다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됨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기념일의 의미를 다시 새기고 진심으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짙어지는 신록과 함께 가정과 사회에 푸른 희망의 꽃이 피어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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