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일 남짓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실 따지고 보자면 ‘평범한 일상’이었을 그것들이 국민들에게 감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동안의 대통령들은 경직된 권위에서 국민과는 외따로 유리(遊離)된, 그러면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짧은 기간 보여준 행보는-보여줬다기 보다 그의 삶을 관통하는 일상이 늘 그러했다는 말이 정확하겠지만- ‘파격’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와 함께하는 대통령을 갖지 못했고, 철옹성처럼 우뚝 솟아있는 청와대 관저의 대통령을 섬기는 국민이어야 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 행보는 파격이 아니다. 비상식의 상식화, 비정상의 정상화라 부르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0일 ‘호남 홀대론’을 불식시키는 탕평 인사로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같은 날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 구성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제1의 국정과제가 일자리 문제임을, 그 해결책의 모색에서부터 국정이 시작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 1만명 규모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11일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하며 광주와 대립각을 보였던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표를 수리했고, 12일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조국 민정수석을 전면에 내세워 ‘정윤회 문건 사태’와 ‘세월호’ 관련 재조사를 지시했다. 3년 넘게 피눈물을 흘렸을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위무도 이어졌다. 13일 문 대통령은 세월호 관련기사에 “마음이 아프다”는 내용의 댓글을 직접 달았고, 스승의 날인 15일엔 세월호 참사 때 제자들을 구하다 숨진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지시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개혁·혁신의 정책과 지시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국민에 시혜를 베푸는 ‘위민관(爲民館)’이 아닌, 국민과 함께 하는 ‘여민관(與民館)’으로 청와대 참모실 이름을 돌려놓은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이 견지하고 있는 정치철학이 무엇인지 엿볼수 있게 한다.
청와대 직원에게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구내식당에서 기능직 공무원과 식사를 하며 직접 식판에 음식을 담아 먹는 모습은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라는 ‘탈권위’의 모습을 보여준다.
리얼미터의 5월 2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국민의 75%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전망에 대해 ‘잘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만큼 대통령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크다. ‘허니문’ 기간이라 한다. 정치권도 취임 초기에는 강력한 반대를 삼가는 편이다.
문재인호의 처음은 이렇듯 순항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에겐 큰 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되레 역풍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 높은 기대치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된다. 인기영합주의에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우직한 소의 뚜벅이 걸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음으로 국민들을 삶과 행복을 위해 산적한 현안을 차근히 풀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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