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가정위탁의 날
대학시절 받은 사랑 나누고 싶어 위탁 시작한 부부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최근 우리 사회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버려지고 방치되는 것에서부터 심하게는 신체적 학대까지 받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요보호아동은 4592명이었다. 친부모가 양육할 수 없어 긴급하게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이 지난해 4000여명이나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2014년 1만7791건, 2015년 1만9214건, 2016년 2만9669건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은 친부모에 의한 것이었다.

친부모마저 아이의 손을 놓아버리는 안타까운 세상 속에서 ‘따뜻한 가정’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가족이 있다.

가정위탁의 날(5.22)을 맞아 지난 15일 이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 준 주인공은 전병규(57·청주시 율량동 우리교회 목사)·김지향(53·방과후 교사) 부부.

이들은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2015년 보호를 필요로 하던 승우(가명)의 또 다른 ‘엄마’, ‘아빠’가 됐다.

“대학시절 남의 집에서 얹혀살았습니다. ‘더부살이’를 한 것이죠. 성장기 때 누구를 만나느냐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과 희망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입양과 위탁을 계획하던 중 승우를 만났습니다.”

전씨는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나누고 싶어 했고, 그런 남편의 마음을 이해한 김씨가 버스에서 우연히 본 가정위탁제도 홍보물을 통해 위탁부모가 되겠다고 신청하면서 승우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전씨는 “방황하지 않고 꿋꿋하게 진로를 결정해 걸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대학시절 함께 살았던 분들 덕분”이라며 “그 때 받은 신세를 갚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처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4명의 친자녀가 있는 부부였지만 2015년 승우가 오고, 지난해 12월 또래 남자아이 민수(가명)를 입양하며 가족 구성원은 8명으로 늘어났다. 그야말로 ‘대가족’이 된 것.

김씨는 “아이들이 집에 오면서 가족들끼리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 졌다”며 “친부모처럼 잘 따라줘서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탁부모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사랑’과 ‘용기’를 꼽는다. 처음에는 겁도 날 수 있겠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겠다는 따뜻한 마음과 용기만 있다면 어려움을 넘어 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씨는 “삶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도움을 받기 마련”이라며 “자신이 받은 도움을 생각하며 사랑을 조금씩 나눠준다면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위탁제도는….

보호대상아동의 보호를 위해 법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가정에 아동을 일정 기간 위탁하는 제도.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궁극적으로는 아동과 친부모가 재결합 할 수 있도록 도와 가정해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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