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욱 청주 상수도사업본부 시설과장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물이 깨끗하고 풍부해 무엇인가를 낭비하는 모습을 표현할 때 ‘물 쓰듯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물 부족 현상이 전 지구적 관심사인 현 시대에서는 더 이상 올바른 표현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과 공기, 햇빛 등은 우리가 꼭 필요한 자원임에도 아쉬운 줄 모르는 무한 자원으로 ‘자유재화’라 말한다. 물은 너무 흔하다고 생각해 대다수 사람들은 물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접하는 물은 무한정 쓸 수 있는 자원이 아닌 매우 한정적인 유한의 자원이다.

일찍이 우리 선조들도 물의 중요성을 알고 세종 23년(1441년)에 측우기를 만들어 비를 관측할 수 있도록 했고 이는 세계 기상관측상 최초의 일로 기록돼 있다. 수위 관측은 유럽보다 약 200년, 일본보다 약 280년 앞선 일로서,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진과학의 유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자란 어릴 적 시골동네 앞에는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었다. 개울가에서 또래들과 신나게 물장구로 해가 가는 줄도 몰랐던 기억이 있다. 오염되지 않은 개울가엔 다슬기, 송사리 등이 있었고 어른들은 냇가에 그물을 던져 퍼덕이던 잡어들과 가재 등을 잡아 다리 밑에서 직접 농사지은 수박과 매운탕으로 소주를 즐기던 것은 이제 아련한 옛 추억으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자꾸 이런 추억이 떠오르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져버린 흐르는 맑은 물에 대한 향수 때문은 아닐까 싶다.

우리가 도시에 살면서 한번이라도 흐르는 물에 손대어 본 적이 있는가? 손가락 사이로 곰실거리며 빠져나가는 물의 무게와 그 짜릿함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현대의 도시는 대형 하천 또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육중한 콘크리트 덩어리들로 경계 지어져 먼발치로 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옛날 어릴 적 대동강 물을 판 희대의 사기꾼 봉이 김선달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어디를 가든 편의점 또는 마트에서 생수를 사먹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놀라지 않는다. 그 옛날 우리의 삶에서 물 인심만은 넉넉하던 시절 돈을 주고 생수를 사먹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제 옛이야기 돼버려 씁쓸하고 허전한 마음이다.

물은 사람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갓난아기들은 신체의 약 80%, 60세 이상 성인의 경우에는 40∼50%의 수분을 필요로 한다. 이렇듯 물은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조금만 부족해도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성인 기준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은 1.5ℓ(200㎖ 용량기준 약 8잔)이다. 그 중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물의 양은 보통 500∼800㎖라고 한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물을 마시는 습관으로 채워줘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60세 이후 노후의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 강제로라도 물 마시는 습관을 생활화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물 한 잔 마시기, 갈증을 느끼기 전 목이 마르지 않아도 항상 물을 마시는 습관들이기, 평상시 수박·복숭아·참외처럼 수분이 많은 과일을 꾸준히 먹기 등 결코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청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시민에게 전국 제일의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43억 원을 들여 노후관 개량공사(8곳), 급수구역 확대사업(8곳, 14.2㎞), 농촌마을 맑은 물 공급을 위한 노후관 교체공사(5곳) 등을 펼치고 있다.

60세 이후 인생 후반 젊고 활기찬 건강한 삶을 위해 물 마시는 습관,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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