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범 <전 제천교육장>

무척이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선생님’이라는 이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하는 정년퇴임, 하지만 왠지 이 말은 나와는 정말 별개의 단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정년퇴임식 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나는 책상에 앉아 제2인생의 여정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말이 인생의 로드맵이지 어쩌면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그래도 하고 싶거나 배우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가 종목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학생 때나 어른이 되어서도 운동을 좋아 한 것도 아니어서 고심한 가운데 나 자신한테 조용히 물어보게 되었다. 정말 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뭐냐?  역시 수 십 년 동안 교단에 서온 경험을 여기서 닫지 않고 연이어 이어 나갈 수 있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날 가장 어려워하고 그러면서도 꼭 필요한 것이 행복한 인간관계라 생각하여 그 분야에 관계되는 카네기의 ‘말하는  법, 1%만 바꿔도 인생이 달라진다’라거나  심리학자 이토 아카라의 ‘듣는 기술이 사람을 움직인다’ 그런가하면 한국경제신문의 ‘상처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관계의 힘‘ 등 다양한 인간관계 서적을 구하여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

모처럼 학생으로 돌아와 공부한 것을 요약하고 정리를 하다보니 작년의 무더웠던 여름도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성범아,  이좋은 것을 너만 알고 있으면 뭐하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안되겠나?’ 하는 그 번쩍이는 생각. 그래, 나는 우리 제천시민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면 부족하지만 기꺼이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졌다.
마침내 제천 평생학습 센터를 찾아가 교육연구사님과 여러 번 상의하게 되었다.

그 연구사님께서 이렇게 말씀 하셨다. 정말, 선생님 같으신 분이 저의 시민들을 위해서 어려우시겠지만 ‘행복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의 해 주신다면 감사한 일이지요? 더구나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 오시동안  다양한 계층의 분들과 원활한 소통을 해 오셨으니 그 노하우를 전해주셔요?  참으로 지금까지 들어오던 중 가장 반가운 말이었다. 그래, 나에게도 그 누군가를 위해서 할 일이 있구나 생각하니 새로운 엔돌핀이 돌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곧장 “ 예. 그리 하겠습니다”라고 답해 주었다.

어쩌면 그날의 발걸음은 퇴직 후 처음으로 가벼웠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속에서 무언가 아이들처럼 저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있었다.

그렇다. 무언인가 나에게도 작은 일이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재능을 나누어 준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요, 그것이 보람이요 ,작은 행복인 것 같았다. 그래서 주제를 ‘행복한 인간관계’라는 것을 가지고 직장인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인간관계와 소통, 리더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12주 강의 계획을 세워 제반서류를 해당부서에 제출했다.

얼마 후 강의안이 선정되었다며 연락아 왔다. 나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치고는 ‘그래,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하며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부족한 면이 많이 있지만 강의안을 선택해주신 그분들께 한없이 감사하고 싶었다. 

이런 감격을 안은 채 지난 2015년 9월부터 11월까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매주 화요일 지정된 강의실에서 약간명을 대상으로 행복한 인간관계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참으로 힘이 났다. 매주 새롭게 강의자료를 준비하고 나면 왠지 그 강의 시간이 무척 기다려지곤 했다. 그 분들과의 만남, 정말 오랜 만에 교단에서 하는 수업이라 그런지 너무나 재미있고 보람이 있었다. 물론 대상이 중. 고학생들이 아니라 일반 어른 분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는 현직이 아니라 퇴직 후의 강단이라 더 큰 감동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강의는 차가운 바람이 소매 깃을 스치는 11월말 정말 아름답게 그리고 보람있게 막을 내렸다. 정년퇴직, 이는 결코 인생의 끝이 아니였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었다. 영원한 스승도  없고 영원한 제자도 없다는 혹자의 평생교육의 명언처럼 나 또한 기회 있을 때마다 가서 배우고 그 배운 것을 기회를 만들어서 다른 분들에게 꼭 전해드리고 싶었다.

다시금 생각해본다. ‘배워서 남 주냐?’를 넘어 ‘배워서 남 주자’를 깨달았던 퇴임직후의 그 감동을 어찌 잊을 것인가.
<매주 월·수·금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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