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식 출범한지 9일 만인 지난 19일 문 대통령이 원내 5당 원내대표와 회동해 4년 중임형 대통령제 전환 등을 골자로 한 개헌에 합의했다. 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간접적으로 개헌 얘기를 꺼낸 지 하루만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후보시절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쳐 2022년부터 4년 중임제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던 것을 지키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한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각 당의 공약 중 공통된 것들을 먼저 이 협의체에서 논의하게 된다. 언론·검찰·국정원 개혁, 치매 국가책임제, 아동수당, 출산·육아 유급휴가, 기초노인연금 인상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곧 출범할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초안을 검토한 뒤 국회에 넘겨 5당 합의로 추진한다는 게 청와대 구상이다. 이밖에도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 등도 별다른 이견 없이 합의했다. 대부분 문 대통령이 제안하고 각 당 원내대표가 동의하는 형식이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어떻게 하면 정부·여당과 야당들 사이에 명실상부한 국정 협치가 이뤄질 수 있는지 쉽게 보여준 회동이다. 개헌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대통령제 외의 다른 권력구조도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회 개헌특위에선 분권형 대통령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충분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정부내 개헌특위를 두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대통령 스스로 개헌 추진의 걸림돌이 될 만한 것들을 걷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국회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협치를 말하고 있는 와중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청주시의회는 지방의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각종 비위와 이권개입, 부적절한 처사로 질타와 비난을 받아온 시의회의 도덕불감증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용규·박금순·신언식·한병수 의원 등 4명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신언식 의원이 청주의 폐기물 처리업체와 필리핀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을 비공개하는 조건으로 청주 제2쓰레기매립장 조성 예산 통과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자유한국당 소속의 안성현 도시건설위원장이 청주시, 업체대표와 짜고 자신을 함정에 빠트렸다고 음모설까지 제기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해당 상임위에 상정됐던 서민생활과 밀접한 조례 4건은 논의도 못하고 다음회기로 넘겨졌다.
지난 5월 11일 충북교총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은 이유자 청주시의원은 자신이 대표로 있던 지역건설업체의 수의계약 독식과 부당이득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기사무마 청탁과 함께 돈 봉투를 건네려다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수상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됐다. 이처럼 청주시의원들의 각종 비위가 줄을 잇고 있지만 윤리특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아 시의회 윤리특위와 행동강령조례의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가까운 천안시는 님비시설로 치부되는 쓰레기매립장의 경우 한번 정하면 100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고 한다. 청주시도 제2매립장의 사용연한을 20년에서 40년으로 더 늘리기 위해 지붕형에서 노지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옛말에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란 말이 있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괜한 의심을 살 일을 하지 마란 얘기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과연 창피함을 모르는 지방의원들이 시민을 위한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지방정부와의 협치를 이뤄낼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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