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증 2010년 116만1000t→57만1000t으로 급감
웰빙 열풍 시들·상품성은 20∼30%↓ 포기농가 잇따라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에서 친환경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영농조합 용암포도회 박장래 회장이 지난해 자신의 포도밭에서 봉지씌우기가 한창이다.<동양일보DB>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경기 불황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건강한 먹을거리(유기농산물)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생산·소비가 반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유기농산물 인증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1999년 친환경 농산물 생산량은 1만8794t에 불과했으나 2008년 66만9242t, 2009년 98만8740t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2010년 116만1819t로 정점을 찍었다. 친환경 인증제도 시행 후 11년 만에 61.8배나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산물 생산량은 줄기 시작, 2011년 110만3105t으로 소폭 떨어지더니 지난해 57만1217t으로 급감했다. 정점을 찍은 2010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도내 유기농산물의 생산량이 떨어진 것이다.

친환경 인증 생산물이 가장 큰 폭으로 준 것은 채소류다. 같은 기간 채소류 57만7892t에서 14만5851t으로 74.8%(43만2041t) 감소했다.

감자·고구마 등 채소류는 4만2322t에서 1만6100t으로 62%(2만6222t), 특용작물은 16만3769t에서 12만854t으로 26.2%(4만2915t), 과실류는 4만8489t에서 4만4961t으로 7.3%(3528t) 줄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은 농관원이 농민들의 신청을 받아 1년 단위로 내주고 있다.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은 친환경 인증을 받으려는 농민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은 일반 농산물보다 비싸다. 5㎏을 기준으로 할 때 유기농 사과 가격은 2만5000원∼3만원 하는 일반 사과보다 3∼4배 비싼 10만원이다.

유기농 브로콜리 값은 1개당 4500원∼5000원이다. 1000원∼1500원 하는 일반 브로콜리보다 4~5배 비싼 상황이다.

이는 생산비용이 일반농산물에 비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유기질 비료나 친환경 농약값이 일반 제품보다 5배 이상 비쌀 뿐만 아니라 같은 면적에서 같은 작목을 재배해도 수확량은 일반 비료·농약을 줬을 때의 60∼70%에 그친다. 상품성 있는 농산물은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80억원을 들여 유기농 자재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생산농가가 많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유기농업은 농민이 50%의 돈만 내고 유기질 비료·농약 등을 살 수 있지만 여전히 일반 비료·농약보다 비싸 수익으로 연결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

박장래 친환경 용암포도회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친환경 해충제 등 농자재 값이 워낙 비싸 직접 원료를 사 만들기도 하지만 일손이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수확량이 적고 상품성도 떨어져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많다”며 “불황에 웰빙 열풍도 시들해지면서 친환경농산물 생산도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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