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중소제조업체 300개 대상 조사서…
10곳 중 6곳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해’ 응답

(동양일보 경철수 기자)대기업이 전국 중소제조업체와 납품단가 협상 시 일방통행식으로 결정하는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3~4월 대기업과 거래하는 전국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곳 중 6곳은 대기업 납품단가를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22일 밝혔다.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업체 중 34.9%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후 합의를 강요했다고 응답했으며, 지속적인 거래관계 보장을 전제로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결정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3.3%였다.

대기업이 부당하게 단가를 결정한 이유는 과도한 가격경쟁(58.1%), 경기불황(14.0%), 업계관행(11.6%)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단가 협상 시기는 1월(50.6%), 12월(14.9%), 3월(11.9%) 연말연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협상주기는 수시(50.3%)로 협의하거나 1년 주기(40.3%)로 조사됐다.

협력업체들은 부당한 단가결정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62.8%)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의 가격경쟁에 따른 부담이 협력업체로 전가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조공정 개선을 통해 부당 단가결정에 대응하는 업체는 9.3%로 많지 않았다.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인상요인이 있음에도 납품단가에 가장 반영이 되지 않는 항목은 노무비(47.9%)였고, 그 다음은 재료비(38.7%)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조사대상 업체의 14.3%가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업종별로는 조선업종이 19.3%로 가장 높았으며, 전기·전자(15.9%), 자동차(13.3%) 순으로 조사됐다.

조선업종의 경우 노무비가 원가구성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확한 납품단가 산정이 어렵고,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조선업종의 불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선박부품 제조업체 A사는 단가협상을 할 때면 대기업 구매담당자로부터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받고 ‘사정 반 협박 반’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강요받았다. 다른 계약조건에 대해서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없다. 결국은 해달라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의류잡화 부자재 제조업체 B사는 대기업으로부터 단가 인하를 위해 연매출에 육박하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자금 지원은 없었고 장비가 좋아지면서 생산비는 절감이 됐지만 이에 따른 이익은 대기업의 몫이었다.

이처럼 대기업이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결정하는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는 자율적인 상생협약 유도(45.3%), 판로다변화(19.0%), 모범 하도급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19.0%) 등을 바라고 있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납품단가 협상이 많이 이뤄지는 연말연초에 공정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일방적인 단가 인하보다는 공정한 방법을 통해 협력업체와 함께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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