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중원대교수)

▲ 이상주(중원대교수)

  화양구곡이 맞나? 화양계곡이 맞나? 둘 다 맞다. 화양구곡은 자연 계곡에 구곡문화(九曲文化)를 창의적으로 계승 창달하여 붙인 명칭이다. 화양계곡은 구곡(九曲)이라는 특수한 창의 인위적인 문화를 이입하기 이전, 자연 그대로의 시냇물이 흐르는 골짜기다. 화양구곡은 한국의 특기절경(特奇絶景)이다. 화양구곡은 한국 최고(最高)의 구곡이며 한국 제일의 문화산수이다. 화양계곡이 화양구곡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개략한다.
 첫째, 화양구곡이 설정되기 이전, 화양동은 선유팔경(仙遊八景) 제3경 화양상춘(華陽賞春)이었다. 선유팔경은 이녕(李寧1514년~1570년 이후 어느 시기)이 설정했다. 그는 지금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4리 선유동입구 송면교회 인근에 살았다. 박온섭 전(前) 충청북도 도의원께서 고증해주었다. 이황이 지은 “선유동팔영”시와 성운(成運)이 지은 “칠송팔경(七松八景)”시가 실존해온다. 송인(宋寅1516~1584)의 “증칠송거사병서(贈七松居士幷序)”와 이만헌(李萬憲 1608~?)의 “칠송거사전(七松居士傳)”, 그 외에도 꽤 전해온다. 이를 통해 그의 학문수준과 교유관계를 알 수 있다. 이녕은 선유팔경 8개의 명칭을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를 했다고 하나, 지금 바위에는 그 흔적을 확인할 수가 없다. 이래서 본의 아니게 선유팔경은 묵살되었으나 문헌기록을 통해 존재를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암각자의 중요성을 각성케해주는 사례다.
 둘째, ‘화양’이란 지명은 ‘화양목’이 많이 자생한다는 사실과 화피관(樺皮冠=華皮冠)을 착용하고 고고하게 살았던 이녕의 삶을 고무 찬양하는 뜻도 가미됐다. 또 이녕과 성운의 이상세계에 대한 동경심도 반영됐다. 즉 “서경” ‘무성(武成)’의 “화산지양(華山之陽)”을 줄인 말이 ‘화양(華陽)’이다. 전쟁이 없는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사연을 담은 지명이다. 이렇듯 화양은 이녕생존시대부터 통용돼왔던 지명이다. 송시열 권상하(1641~1721) 민진원(1664~1736)등도 그대로 사용했다.
 셋째, 화양계곡이 화양구곡으로 변신하게 된 철학적 배경을 간단히 살펴보자. “주역”‘계사전(繫辭傳)’상(上)의 구오(九五)는 만물이 각각 원만하고 활발하게 작용하는 상황이며, 천하가 으뜸으로 다스려지게하는 숫자이다. 자연 계곡에 구곡(九曲)을 설정한 것은 이런 천하관(天下觀)과 정치관을 표상화한 것이다.
 넷째, 우암 송시열과 그 문하생 권상하와 민진원은 화양구곡에 ‘존화양이(尊華攘夷)’ ‘위정척사(衛正斥邪)’ ‘도통의식(道統意識)’을 표상화하였다. 이후 우암을 숭앙하고 ‘존화양이’의식을 계승한 사림들은 화양구곡을 성지로 순례하였으며, 화양구곡시를 지었다.
 다섯째, 화양구곡이 선유팔경보다 더 유명하게 된 것은 ‘대인사현설(待人使顯說 또는 대인증여설待人贈與說)’로 설명할 수 있다. 유명한 인물을 기다려 그로 하여금 산수의 이름이 드러나게 한다는 말이다. 이런 관점은 중국 유종원의 ‘모정기(茅亭記)’가 연원이다. 화양구곡에 송시열이 장수유식했는데 그 제자 권상하와 민진원에 의해 성지화됐다. 두 제자가 만동묘와 화양서원을 건립한 이후 존주대의(尊周大義)와 우암을 숭상하는 성지로 정립됐다. 이렇듯 학맥을 계승유지하는 상징적 성지이자 수려한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어 화양구곡은 구곡문화관광명승지로 완성된 것이다. 화양구곡에 대해 대인사현설을 긍정한 인물 중에 우인규(禹仁圭 1896~1967)가 있다. 그는 지금 충북 괴산군 사리면 사담리 출신으로 1914년 ‘화양동기(華陽洞記)’를 지었다. 그 아버지 우현정(禹縣鼎)등이 1906년 설립한 학교 연원화숙(淵源和塾)에서, 화양구곡을 존주대의의 성지로 교육하기 위해 현지를 탐방하고 작문실습의 일환으로 짓게한 것이다. 현재 괴산군 출신이 지은 화양여행기로는 유일 최초이다.
 2014년 화양구곡은 국가명승 제110호이다. 구곡중에서는 최초로 국가 명승에 지정되었다. ‘구곡문화’를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선양하려면 ‘화양구곡’이라 부르는 것이 최선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다. 2016년 이후 괴산군에서 발간한 책자에는 모두 구곡으로 바꾸었다. 도로 곳곳에 설치한 화양계곡이라는 간판을, 2015년 이후 화양구곡이라 바꾸었다. 화양구곡은 ‘구곡문화관광특구’의 황금광산이다. 세상사 일거다득의 신이한 성과를 누리고 싶으면, 천지신명과 조상께서 점지하는 ‘대인사현설’의 주인공이 되도록 노력하자. 또 화양계곡에서 화양구곡의 역사와 구곡문화를 알고 문화지수가 높은 문화인이 되어보자.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