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4대강 사업 끼워 넣기 졸속 추진 애물단지로 전락
예산낭비 지적에 어물쩍 관리 중단… “정책감사로 가려질까”

청주시 흥덕구 미호천 둔치에 운동기구가 설치됐으나 이용자들이 없이 방치돼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최지현>

(지역종합=동양일보 경철수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추진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한 가운데 4대강 사업으로 추진된 충북지역 수변공원 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정책감사에서 졸속 추진 논란을 빚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행정난맥을 짚어내고 되풀이되는 예산낭비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친수공간 확보 명목으로 2010∼2011년 4대강 주변에 만들어진 수변공원은 금강 수계에만 92곳이 있다. 도심에선 시민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는 곳도 있지만 외곽에 있는 공원 대부분은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유령공원’으로 전락, 매년 관리비로 혈세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충북 옥천군 동이면 적하리와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 양산면 송호리에 수변공원이다. 이들 공원을 만드는 데는 국비 136억원이 들었다.

문제는 공원이 사람 왕래가 없는 외진 곳에 있고, 강 둔치여서 장마철이면 으레 물에 잠기기 일쑤라는 점이다. 이용객이 없는 데도 공원 안 광장·산책로·휴식시설 등을 관리하느라 해마다 1억원 넘는 예산이 꼬박꼬박 집행된다.

사전에 활용계획 등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고 공원을 만드는 바람에 몇 년째 혈세가 줄줄 새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옥천군 동이면 주민 이상택(49)씨는 “금강 수변공원은 수요 조사나 주민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쓸데없는 곳에 공원을 만들어 놓고 관리를 제대로 못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올해 금강이 경유하는 지방자치단체에 96억6000만원의 하천 관리예산을 지원했다. 하천유역 전반을 관리하는 돈이지만 이 중 일부는 이용객 없는 수변공원 관리비로 쓰인다.

2억6100만원을 배정받은 영동군은 절반 가까운 1억2000만원을, 5200만원을 받은 옥천군은 전액을 수변공원 풀베기와 수목 관리비로 집행한다.

청주시 무심천도 해마다 6억~11억원의 유지관리비를 들여 풀베기 등의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6억원에 이어 올해 11억원의 하천관리예산이 책정돼 있다.

청주시도 비슷한 시기 환경부 생태하천보전사업으로 ‘고향의 강 사업’을 추진, 일부 수변구역에 조성해 놓은 축구장 등 체육시설이 풀밭으로 방치돼 있기도 하다.

영동군 관계자는 “공원 형태를 유지하려면 장마를 전후해 2차례 잡초를 제거하고 시설물도 보수해야 한다”며 “홍수 피해라도 나면 관리예산이 더 불어난다”고 말했다.

충주·제천·단양지역 남한강 수계 수변공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충주지역 6개 지구 중 목행·장천1·목계나루 등은 파크 골프장이나 자전거도로, 캠핑장 등이 들어서 그나마 활용이 되지만 단암·능암지구는 찾는 사람이 없다. 관리도 부실해 원래 잔디밭이었던 곳에 잡초가 우거져 마음 놓고 드나들기도 힘든 지경이 됐다.

충주시 관계자는 “2012년 10억원이던 관리비가 지난해 6억9000만원, 올해 4억3000만원으로 줄어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어졌다”며 “예산에 맞춰 한해 3차례 하던 제초작업을 2차례로 줄이는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천지역도 야구장·국궁장이 있는 금성·수산면 공원은 그럭저럭 이용되지만 외곽에 있는 청풍면 공원은 유령공원이 된 지 오래다.

김진우 제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수변공원이 4대강 사업의 허물을 감추는 차원에서 추진됐고 이용객 없이 방치되면서 이미 녹슬거나 훼손된 시설도 많다”며 “마땅한 대책이 없다면 자연 상태로 되돌려 쓸데없는 관리예산 낭비라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당국은 공원 면적을 차츰 축소하는 형태로 관리부담을 줄여나가는 중이다.

말이 좋아 공원구역 축소지, 실상은 관리를 포기하고 예전의 하천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옥천 수변공원은 애초 14만2000㎡이던 공원 면적이 6년 만에 4만5000㎡로 줄었고, 영동 수변공원 2곳도 40만4000㎡와 24만8000㎡에서 각각 23만2000㎡와 14만4000㎡로 축소됐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이용률이 떨어지는 곳은 서서히 공원에서 제외해 관리예산을 줄여나가는 중”이라며 “옥천·영동지역의 경우 절반 가까이 면적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충남 공주의 신관공원 등은 한해 100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친수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며 “일부 농촌 지역 공원의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막대한 예산이 든 공원관리를 슬그머니 포기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기현 옥천읍 주민자치위원장은 “수변공원이 대형 토목공사를 위한 끼워 맞추기 식으로 진행되면서 예산 낭비와 함께 정책불신의 대상이 됐다”며 “4대강 정책감사에 맞춰 유령공원이 들어선 배경과 책임 소재도 명백히 가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국농어촌공사 충북본부도 진천백곡저수지, 음성 맹동저수지 등 도내 14개 지구에 4대강 사업 일환으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농업용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3251억원(수혜면적 9181㏊)을 사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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