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이나 비유, 상징 등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 ‘사자성어(四字成語)’라고 한다.

정의와 도리에 지극히 합당해 삶의 지표로 삼을 만한 내용을 간결한 표현으로 민간에 널리 알려진 어휘는 ‘격언(格言)’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충주에서 열린 도민과의 대화에서 한 도의원의 ‘사자성어’와 ‘격언’ 때문에 민망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도민과의 대화에서 환영인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철 도의원이 에코폴리스 사업 무산을 ‘사자성어’와 ‘격언’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이 발단이었다.

김 의원은 이날 이 지사를 향해 ‘배은망덕(背恩忘德)’과 ‘조강지처불하당 빈천지교불가망(糟糠之妻不下堂 貧賤之交不可忘)’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이시종 지사를 몰아붙였다. 이 지사는 결코 달갑지 않은 말을 공개석상에서 들었지만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지사가 결코 유쾌하지 못한 ‘배은망덕’이라는 말을 3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듣게 된 연유는 충주 에코폴리스 사업 포기 결정에 따른 비난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게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민선5·6기 2대에 걸친 이 도지사 재직 중 홍보한 수십 여조(兆)에 달하는 투자유치 성과를 고용유발효과를 적용해 도내 인구증가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시민들에게 이 지사의 투자유치 금액을 고용유발효과로 환산할 경우 도내 인구는 5년 뒤 210만 명이 돼야 맞는다는 자세한 설명까지 했다. 민선시장과 국회의원, 도지사 당선까지 성원을 보내준 시민들을 배반하면 안 된다며 에코폴리스 사업 무산을 점잖은 목소리로 비난한 것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이날 김 의원의 점잖은 비난 목소리를 박수로 성원을 보냈다고 한다.

전체 사업비가 약 2000억여원이 투입되는 에코폴리스 조성 사업에 충북도와 충주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25% 선으로 알려졌다. 이를 환산하면 이 지사가 더 많은 예산을 들여 청주에 유치한 다른 사업과 비교할 때 충주 에코폴리스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은 얼마 안 되는 예산이라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청주지역에 유치를 추진중인 해양과학관과 오송 기업지원센터 유치를 빗대 듣기 거북한 ‘사자성어’와 ‘격언’으로 이 지사의 역점 사업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고 하니 반박하기에는 민망스러울 게다. 이 지사는 이날 줄곧 자신은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라는 말을 했다. 지역주민 투표로 선택된 인물이 현재 전담하는 업무 때문에 행정가로 불려야 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원래 투표로 선출하는 과정 자체가 정치라는 것을 이 지사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라고 주장한 이유를 도민들은 궁금해 할 것이 분명하다. 잘못 와전될 경우 도지사가 행정가로 불리는 것이 혹여 에코폴리스 사업 무산과 이해득실 면에서 따져볼 때 더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올 수 있다. 원래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는 말은 예부터 ‘남에게 입은 은혜를 잊고 배반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김 의원이 말한 ‘조강지처불하당 빈천지교불가망(糟糠之妻不下堂 貧賤之交不可忘)’의 뜻은 ‘빈궁할 때 사귄 벗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고, 가난할 때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는 버리지 않는다“로 의역된다.

이 도지사가 고향인 충주에서 시민들로부터 ‘배은망덕’하다거나 ‘조강지처불하당 빈천지교불가망’이라는 말을 듣질 않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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