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률(청주시 창조전략과장)

청주시 공직생활 중 야근을 많이 하는 기획부서에 근무했던 일종의 직업병으로 지금도 정부정책과 함께 도로, 철도 등 장기 교통망 계획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교통망 계획은 정부의 정책변동과 함께 환경여건에 따라 변화되기 마련이어서 그 역사를 단기간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며, 게다가 정부계획에 맞춰 지역의 바람직한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1990년대 말로 기억된다. 현재의 대전 진주 고속도로 건설계획 시작지점이 당초에 경부고속도로의 한 지점이었다가, 중간에 호남과 경부고속도로의 중간지점으로 변경되어, 결과적으로 대전시 외곽을 원형으로 감싸게 되었다.

대전에 사시는 시민들로서는 사방으로 외곽에 고속도로가 있으니 정말 빠르고 편리할 것이다. 이러한 원형 도로의 미학을 깨달은 나는 국가에서 건설하는 도로망 계획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대전처럼 원형으로 한 도시를 감쌀 수 있었던 기회를 가졌던 도시는 그 후에도 여럿 있었다. 공주시도 그렇고 대구시도 그렇다. 물론 서울은 정부가 막대한 국비를 들여 원형 도로, 즉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완성했다.

독자들도 지도 맵을 이용해 우리나라, 미국 등 주요도시를 찾아보면 금방 알겠지만, 자연지형, 예를 들어 높은 산이나 강, 바다 때문에 원형 도로 건설이 불가능한 도시를 빼 놓고 모두 원형으로 외곽도로를 건설해 놓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지방정부의 균형발전을 염원하는 힘이 보태져 청주시의 일부, 충남의 연기, 공주 일부지역에 세종시가 생겨나게 되었다. 당연히 세종시의 교통망도 원형, 즉 환상형으로 계획되었으며, 이제 단계적으로 개통돼 나가고 있다. 최근 서울 세종 고속도로를 두고 주변 도시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청주시 입장은 차치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왜 세종시가 서울 세종 고속도로의 분기점을 그 도시의 서쪽으로 하려는 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세종시에서 1년간 공부를 위해 거주한 경험으로 봐도 그렇고, 주말을 이용해 여러 번 서세종 IC 주변을 가보아도 그렇다.

사실 세종시 입장에서 보면 청주 IC나 남청주 IC에서 세종청사까지 가기에는 먼 감이 있다. 그래서 개인 생각은 이미 확정된 공주 청주간 고속도로에 더해 세종시의 동쪽 가깝게 새로운 고속도로, 즉 서울 세종간 고속도로를 붙이고, 덧붙여 이 도로를 남세종 IC까지 더 연장하면 그야말로 세종시도 원형의 고속도로를 완성할 수 있다.

세종시는 도시 자체만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그런 도시가 아니다.

주변 도시뿐 아니라 영남과 호남 등 모든 지방정부의 균형발전을 선도할 임무가 있는 특별한 도시이다.

따라서 세종시의 광역도로망은 전국의 모든 도시들이 동서남북으로 쉽게 접근 할 수 있게 설계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다시금 세종시는 원형도로의 미학과 편리함에 대하여 보다 사려 깊은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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