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부장 장인철(태안서산지역)

 

(동양일보 장인철 기자) 간척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요즘 코앞에 넘실대는 바닷물이라고 논에 퍼 넣고 싶다고 탄식한다. 못자리는 염해피해로 빨갛게 타들어가고 사방을 둘러봐도 농업용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보다 더 기막힌 농민들이 충남 최대 규모 인공호수 옆에서 농사를 짓는 서산AB지구 간척지 농민들이다.
담수호 안에는 충분한 농업용수가 있는데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충남농업기술원이 서산A지구 농업용수원인 간월호 염도를 측정한 결과 4000ppm으로 영농 한계치인 2800ppm을 크게 웃돌았다.
서산B지구 담수호인 부남호도 마찬가지다.
매립면적 1만5408㎢에 무려 2억4000만t의 수자원 저장능력을 지닌 서산AB지구 간척지이지만 물이 있어도 수질이 나빠 공업용수로도 못쓰고 염도가 높아 농업용수로도 못 쓴다.
담수호의 물을 순환시켜 염도를 낮추고 유입되는 오염원을 줄이면 귀중한 생명수인데, 바다로 방류하면 제방 앞에 들어선 가두리 양식장과 천수만의 어장이 직접 피해를 입어 배수갑문을 열지 못한다.
이 때문에 매년 장마철과 집중호우 때마다 간척지가 침수돼 농민들은 배수갑문을 열라고 소리치고 어민들은 이를 반대해 관리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 천수만사업단이 곤혹을 치른다.
결국 물막이 공사가 끝난 1984년부터 무려 33년간 서산시와 태안군으로부터 유입되는 생활하수와 함께 담수호 안의 물은 고인채로 썩고 있다.
썩은 물로 인한 피해는 가뭄피해를 넘어 이 곳 농산물에 대한 불신과 해충, 악취, 철새감소, 관광객 감소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수질만 개선되면 충남 최대의 저수량을 자랑하는 담수호이자 식량창고의 젓줄이며,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되살아 난 생태관광자원이다.
간척지에 조성중인 서산바이오웰빙?연구특구와 태안기업도시는 해충이 들끓는 ‘애물단지’ 주변도시에서 서산시와 태안군의 발전을 견인하는 아름다운 수상공원을 자랑하는 웰빙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서산시와 태안군이 그동안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역부족이다.
이제는 지자체, 충남도,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담수호 수질개선은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을 회생시키는 국가적 대역사다.
서산AB지구는 천수만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979년 정부가 현대건설에게 천수만 황금어장에 대한 공유수면매립을 허가해 조성됐다.
국가적 결정에 따른 간척사업이었고 마땅히 그 후유증 치유 또한 국가의 책임이라는 천수만 주민들의 호소에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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