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식 출범한 지 보름여 만에 ‘위장전입 정부’ 논란에 휩싸였다. ‘인사는 만사’라 했는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까지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고서 채택에 진통을 겪고 있다.
3명 모두 이유가 달라 사안의 경중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겠지만 일단 청와대로선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항간에는 이번 위장전입 정부 논란이 현 정부 들어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빌미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 원칙을 밝힌 것 때문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같은 위장전입 정부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26일 입장 표명을 통해 급한 불을 꺼보려 했지만 야당은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임 실장은 인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국회 청문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임 실장은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란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야당들은 청와대의 해명을 수용하지 않고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야당의 공세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야당들이 집요하게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는 데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직접 챙기고 발표 하겠다’고 한 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그간 소통행보를 볼 때에 단순 ‘야당에게 끌려간다’고 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화근의 불씨가 더 커지기 전에 대통령이 직접나서 적극 해명하고 국민께 이해를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길이 여·야 합의 불발로 채택하지 못한 국무총리 인준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긴 국정 공백 끝에 출범한 새 정부 입장에서 내각 구성을 하루라도 서둘러야 하는 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인수위도 없이 짧은 시간에 고위공직 후보자를 충분히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에게 엄격하고도 높은 도덕적 자질을 요구하는 게 국민정서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직을 맡을 사람으로서의 위장전입은 가볍지 않은 흠결이다. 그렇다고 예외 없이 공직 수행의 치명적인 결격 사유로 봐야 할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위장전입은 역대 인사청문회에서 항상 논란이 됐지만 사안에 따라 성격이 다를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인지, 아니면 자녀 교육 등 다른 목적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구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위장전입이 아니더라도 공직 후보자의 경미한 도덕적 흠결이 개인적 능력과 역량을 고려할 여지도 없이 공직 임명을 가로막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인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청문회 제도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이 공직을 회피한다면 그 또한 국가적 손실일 수 있다. 국회 차원에서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검증 기준을 현실에 맞게 구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공직 후보자 개인의 신상이나 도덕성 문제는 사전에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물론 이 절차는 비공개로 이뤄진다. 이후 후보자의 업무수행 능력과 정책 역량에 대한 검증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우리 청문회 제도와 운영 방식은 공직 후보자가 청문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입은 도덕적 상처가 향후 공직 수행에 부담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이참에 청문회 제도 개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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