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선 (한국교통대 명예교수/시인)

(동양일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에서 도마 위에 오르게 될 위장전입 등 몇 가지 사안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새로운 정부 외교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강후보는 한국여성으로서는 처음 유엔 고위직에 오른 외교전문가라 한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부판무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유엔 산하기구 OCHA의 사무차장보 겸 부조정관,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 등의 이력이 그가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한 표를 던진다.

그런데 위장전입 문제로 낙마한 총리도 있고 또 도덕적 흠결의 다른 사유로 낙마한 장관들도 많다. 이렇게 위장전입은 엄연히 범법행위이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배로 자치구청은 해당주민의 주민등록을 직권말소 할 수도 있다. 또한 해당구청은 위장전입자를 고발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주민등록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조건을 인지하고도 청와대는 지명을 한 것이다.

아이의 학교문제로 위장전입을 하였다면 문제가 아이에게로 돌아간다. 범법을 하여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도 된다는 비윤리적 사고방식을 철저하게 주입시켜 주는 결과로 귀결된다. 과연 그런 방식이 자녀에게 어떤 삶의 철학을 심어 주게 될까.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큰 딸이 미국에서 적응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봤고, 엄마의 마음에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게 편하겠다는 생각에 제가 다녔던 이화여고를 생각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엄마가 다녔던 학교라서 편하다는 건가 이화여고라서 편하다는 건가. 청와대는 이런 내용을 알면서 강후보의 유엔 등에서의 국제적 활동을 높이 평가하여 외교부장관 후보로 인선하였다는 것이다. 엄마들 수다 떠는 말들 중에 성골 진골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인류대학은 물론이고 고등학교도 ○○과학고냐 ○○외고냐가 성골이냐 진골이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인맥 관계 때문이란다.

엄마의 마음이라는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누구는 허용이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하는 청문회라면 아예 인사청문회를 없애든지 기준을 달리 한다면 또 어떻게 하여야 하나. 그 뒤의 해명이 진실이 아니었다니. 나랏일을 맡겨야 하는데. 마음이 착잡하다. 엄마의 마음은 참 여러 가지 빛깔이다. 한석봉의 어머니, 맹자의 어머니. 온 살을 자식들에게 파 먹히도록 다 내어주고 빈 껍질로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우렁이 어머니의 마음까지. 자식 우렁이들은 ‘야, 우리 엄마 뱃놀이 한다. 신나겠다’ 하였다지 않던가. 옛 문장에 나오는 비유법이지만.

바쁘게 바깥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 미안한 일이 참 많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초등학교 때가 힘들었다. 늘 학교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다니곤 했다. 그리고 나는 항상 성적보다도 친구들과 잘 지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6학년 2학기 무렵 이사를 하여서 아이들도 전학을 시키게 되었다. 가을이었던가.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 2등 했어” 나는 무조건 잘 했다고 칭찬으로 넘어가는 스타일이었다. “지난달에 전학 와서 내가 1등 했잖아. 맨날 2등 하던 애가 1등 하던 친구가 전학을 가서 자기가 1등을 꼭 할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전학 와서 또 2등 하니까 막 울잖아. 내 마음이 아파서 내가 일부러 그 애 1등 하라고 이번 달에는 몇 개 틀리게 썼어” 나는 그래도 잘 했다고 했다. 우리 애는 나름 승부욕이 있었으나 그걸 포기한 것이다. 나는 별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아직 어린데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였다니. 바쁜 엄마인 것이 항상 미안했다. 6학년 졸업할 때까지 예능학원 외에는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과외학원은 보낸 적이 없으니 1등이든 2등이든 고마울 따름이었다. 일하는 어머니는 자식들한테 미안해하지 말고 당당해지라고 하지만 나는 자꾸 미안했다.

그래도 장관 인사 청문회는 개인사와는 다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관성이 따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사 5대 원칙을 공약으로 내세웠지 않던가. 대통령의 약속이 벌써부터 훼손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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