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도내 각 학교 교실에 설치된 에어컨이 미세먼지와 곰팡이로 뒤범벅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밝혀져 관료들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로 여겨질게 뻔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미세먼지 소독과 살균처리 없이 에어컨을 가동한 것으로 나타나 현장에서 해답을 찾겠다는 교육계 관리들의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학교 교실에 에어컨이 설치된 시기는 대략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일부 학교는 자식들의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성원 덕택에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에어컨을 설치했고, 교육청 예산으로 설치한 학교도 여럿 있다.
과거에는 꿈도 못 꿀 일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도내 각 학교에 설치된 에어컨은 증가세를 보였고, 현재 보급률은 95.7%라고 하니 폭염에 자식 걱정할 부모는 없을 게다.
하지만 에어컨 유지와 보수, 관리 문제는 거의 ‘빵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교육계 관리들은  반성과 함께 예산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 부족으로 청소와 소독 등을 못해 먼지와 곰팡이가 득실대는 교실에서 자녀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하는 학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질 것이 뻔하다.
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에어컨 청소와 소독 등의 비용을 학부모들이 부담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한동안 냉가슴을 앓아야 할 처지다.
에어컨 1대를 청소하면 그 안에 떡이 된 먼지와 곰팡이 덩어리가 한 주먹씩 나올 때가 있다는 한 수리기사의 말 때문에 교육계를 원망하는 학부모들이 나올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교육계 관계자와 교사들이 자신의 집에서 에어컨 관리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 지 되묻고 싶다.
내부 지침이 없다는 핑계로 마냥 일선학교에 에어컨 유지·관리를 자율적으로 맡기기에는 비난 여론이 뒤따를 것이 분명하다.
도내 일선학교에 에어컨이 설치된 학급수가 총 2만7000여 곳이고, 이 가운데 10년이 지나 교체가 시급한 교실도 7800여 곳이라고 하니 빠른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에어컨 내구연한 5년이 지난 교실이 1400여 곳에 달해 냉방 효율은 물론 각종 정화기능마저도 떨어져 마냥 놔둘 문제가 아니다.
학교 교실에 설치된 에어컨에 쌓여 있던 미세먼지와 곰팡이는 가동을 시작할 경우 실내로 환기되는 구조 때문에 교실 내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질 것이 뻔하다.
에어컨 청소용역 업체만 부르면 금세 깨끗해지는 것은 물론 자녀 건강 문제도 별 탈 없이 해결될 일을 교육계 무관심으로 학생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지 못한 교육계 인사들은 과연 무슨 낯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에어컨 관리비용을 시설운영비로 자체 편성해 집행하고 있고, 도교육청은 추경에 예산을 편성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교육공무원 등 교육계 ‘4축’이 교육계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지만, 교육공무원을 뺀 나머지는 건강문제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폭염이 다가오기 전에 일선 교육현장에 설치된 에어컨 유지관리와 학생과 교사들의 건강문제에 대해 바짝 신경을 써야 나중에 부메랑을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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