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충남지역이 올해에도 극심한 가뭄 재앙에 시달리고 있다. 충남 서부지역 8개 시·군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당진 대호호의 저수율도 급격히 낮아졌다.

1일 충남도에 따르면 이날 현재 보령댐의 저수율은 9.9%로, 저수량은 1만1596t를 기록했다. 1998년 보령댐 준공 이후 저수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호호의 저수율도 34.6%로 지난해 같은 기간 85.1%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이로 인해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인 서산 대산임해산업지역(대산단지) 공업용수 공급에 빨간 불이 켜졌다. 대산단지 입주 기업들은 아산공업용수도(아산정수장)를 통해 하루 11만9000㎥를 공급받고 있다. 또한 석유화학 5개 기업은 아산공업용수도와 함께 자체 정수 시설을 갖추고 인근 대호호에서 하루 16만9500㎥를 취수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내기철 농업용수 공급이 늘어 대호호의 수질저하와 염도상승으로 대산단지 공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가뭄에 속이 타 들어가는 것은 농민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서산지역 강우량은 100㎜ 안팎으로 최근 5년 간 1∼5월 평균 강수량 180㎜의 절반 수준이다. 주요 저수지 저수율도 풍전저수지 11%, 성암저수지 15% 평년보다 10% 이상 낮았다. 천수만 AB지구와 인접 시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간월호와 부남호 염도가 4000ppm으로 치솟아 영농 한계치인 2800ppm을 크게 넘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내기를 포기한 농민이 속출하고 밭 작물도 속수무책으로 타 들어 가고 있다. 특히 보령댐 저수율이 사상 최저치인 9%대를 기록하면서 보령과 서천을 사이에 둔 부사간척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는 영농조합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보령댐에서 충분한 물이 흘러내리지 않아 하류의 간척농지에 물을 대는 부사호의 염분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봄 가뭄은 벌써부터 예고돼왔다. 문제는 앞으로의 기상이 비가 많이 내릴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대전지방기상청이 내놓은 대전·충남지역 3개월 기상전망을 보면 이 지역 6월 강수량은 평년(149.6㎜)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7월과 8월에도 평년(7월 287㎜, 8월 288.2㎜)과 비슷하거나 적게 내리겠다는 예보다.

‘물은 국가 경제·사회·안보의 근간’이다. 정부가 지금부터 가뭄의 심각성을 알리고 물 절약을 유도해야지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차례 가뭄을 겪으면서 가뭄 종합대책과 함께 항구적 피해극복 대책을 약속했다. 2009년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확정하면서 2012년에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면 가뭄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2015년에도 ‘농업·농촌부문 가뭄대응 종합대책’을 통해 농업용수 확충과 지속적 용수 개발, 수리시설 개선 등의 사업으로 상시 가뭄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아직도 많은 농촌지역에서 가뭄으로 고통을 겪는 것을 보면 정부가 약속한 가뭄 대책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이다. 절수운동, 지하수 관리와 같은 단기 대책 외에 정부는 종합적인 중장기 물관리 비전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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