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강동대 교수)

(동양일보) 입하가 지난 지 한 달이 되었다. 세월이 빠르니 인생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인생의 시계는 세월의 시계와 동일해야 하나 마음이 허하고 세상살이다 벅차다 보니 인생의 시계가 세월의 시계보가 갑절은 빠른 듯하다. 서서히 세월과 함께 하다 보면 어린 시절의 고향이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나 지으며 살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 인생의 깊이도 깊어진다. 이 즈음 되면 귀촌 귀산 귀어 등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만큼 만만한 것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도 아는 연배(年輩)이다. 아무튼 사회 경제가 어렵다 보니 마음은 쫒기고 여유를 찾고자 한 번 쯤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오늘은 귀촌의 삶과 마음가짐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귀촌 혹은 귀농은 어떤 의미인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정의한 바에 의하면 귀농어 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귀촌이란 농촌 외의 지역에서 농촌지역으로 거주지를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고, 귀농이란 농촌 외의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농업인이 아닌 사람이 농업인이 되기 위하여 농촌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귀농(歸農)은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농촌으로 돌아와 농업을 중심으로 정착하는 것을 의미하고 귀촌(歸村)은 더 넓은 의미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집은 촌락에 두고 도시로 출퇴근 하거나 주말마다 농촌으로 내려와 텃밭을 가꾸는 등 농촌에서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하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가 유턴을 하는 이유도 다양하듯 귀농과 귀촌을 하는 이유도 시기와 사람마다 다르다. 70~80년대에는 대도시의 과밀화, 환경, 부적응, 공장의 지방 이전 등으로 고향에서의 일자리 확대, 임금 수준 향상 등으로 귀촌하였다. 하지만 요즘 귀농 귀촌 현상은 70~80년대와 달리 퇴직 후 여생(餘生)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경우가 많다. 평생직장의 개념도 없어지고 퇴직 연령도 빨라지다 보니 이제는 50~60세가 젊은 층에 속한다. 또한 젊은 세대도 건강을 고려 아토피가 심한 자녀를 위해 귀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도시 미세먼지 황사 등 나쁜 환경을 탈피하여 시골에서의 건강한 삶과 의미를 찾고자 귀농 귀촌을 고려하는 사람이 많다. 통계에 의하면 2000년 이후 누적된 귀농 귀촌 가구가 10만을 넘고 2013년 32,424가구 56,267명이 귀농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40대 이하 젊은 층의 귀농 귀촌도 많으며 서울 인근 경기도 강원도 충북 순이었으나 이제는 전국적으로 도시 인근지역에서 4도 3촌을 즐기는 이들이 대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귀농 귀촌도 대부분이 도시의 찌든 삶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것이며 최근 10년 사이 귀촌은 2005년 1천 여 가구에서 2015년 약 33만가구로 330배 급증 하였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 이다. 2034년이 되면 귀농귀촌 인구는 약 300 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귀농 귀촌도 청년 실업자 증가와 정부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와 맞불려 20대 인구 비중이 전체 귀촌비율의 26.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다. 지역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43.6%의 비중을 차지하며 예전과 달리 도시지역의 일자리 감소 청년 실업률 증가 등으로 귀촌귀농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제는 남은 인생의 의미와 질적 향상을 위해 귀향을 많이 한다. 귀향은 본인의 의지와 소망에 따라 귀촌 귀산 귀어 등으로 알찬 인생 2막을 위하여 도시 이외의 지역으로 떠나곤 한다. 기성세대는 농업이 주류를 이룬 농촌 출신이 많다 보니 귀촌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귀촌은 만만치 않다. 기존에 형성된 마을은 나름대로 텃새도 있고 새로운 마을은 마을이 자리 잡기 위하여 둥지를 트는 아픔을 이겨내야 행복한 마을로 자리 잡는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귀촌 후 이웃사람과 사람냄새 나는 고향을 느끼며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웃집과 깊은 공감과 소통을 해야 하며 진정한 마음의 교류가 필요하다. 귀촌하여 이웃사촌처럼 지내기 위해 옆집 숟가락 수를 세다가는 양상군자(梁上君子)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숟가락 수를 세기 위해서는 세월의 아픔을 이겨내야 하며 이웃사촌(四寸)이 아닌 이촌(二寸)인 피를 나눈 형제로 거듭 나야 한다. 그래야만 형제의 집 부엌에 들어가 숟가락도 세어보고 밥상에 함께 앉아 숟가락 하나 더 얹고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기왕이면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새로운 방향의 삶을 추구하는 귀촌을 원한다면 이웃사촌이 아닌 이웃이촌으로 거듭나는 작은 소망을 하며 귀촌을 바램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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