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각 지자체별로 특수시책이라는 게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특수시책이 없는 지자체가 없을 정도로 특수시책 추진은 곧 단체장의 역량과 직결된다. 단체장마다 경쟁적으로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특수시책을 개발해 치적으로 활용하곤 한다. 물론 정권에 따라, 단체장에 따라 용두사미격으로 흐지부지되는 특수시책도 있었지만 대개의 특수시책은 나름 지역발전과 주민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게 100원 택시다. 오지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곳 까지 단돈 100원으로 갈 수 있는 택시다.
이 택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내년부터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단돈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택시를 탈 수 있다 해서 문재인 정부의 신데랄라 정책으로 불린다.
농어촌버스가 닿지 않는 그야말로 산간벽지 주민들이 인근 버스정류장이나 목적지까지 100원을 내면 나머지 요금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전해 주는 식이다. 기획재정부는 소요재원을 파악한 결과 예상보다 적자 우선 시범지역을 선정해 시행하고 대상지역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100원 택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지사 재직시 시행해 성가를 높였다. 2014년 보성에서 시작해 오지가 없는 목포를 제외한 21개 시·군에서 시행중이다. 지난해만 39만명이 이용했고 이에 따른 예산은 27억여원이 들었다.
주 고객인 시골 어른들이 병원을 가거나 시장을 갈때 이용, 의료시설 외연을 늘리고 텅텅 빈 버스 노선 신설보다 돈이 덜 든다. 전국으로 확대해도 300억~400억원이면 충분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100원 택시가 뜨자 때 아닌 원조논쟁이 일었다. 충남 아산시가 2012년 10월 시범운행한 ‘마중택시’가 그 시초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 마중택시를 이 전 지사가 벤치마킹해 확대 재생산했다는 것이다.
아무튼 좋다. 누가 먼저 개발한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제도가 얼마만큼 주민 속으로 파고 들어가 피와 살이 되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다. 100원 택시는 지금도 다양한 이름으로 전국 산길을 누비고 있다. 따복택시(경기), 희망택시(충남 서천), 행복택시(경남 하동), 별고을택시(경북 상주), 마실택시(울산)가 그 이름들이다.
이와는 반대로 단체장이 바뀌니 슬그머니 사라지는 괜찮은 시책도 있다. 청주시는 민선 5기 시 전역에 나무 1004만 그루 심기 운동을 추진했다. 시행과정에서 별 볼일 없는 나무를 심어 갯수만 채우려 한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나무를 많이 심어 도시를 녹화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런데 4년 뒤 민선 6기가 들어서면서 1004만 그루 심기 운동은 흐지부지됐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려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전임 시장이 추진했다는 이유로 나름 의미있는 특수시책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아산에서 태동한 100원 택시가 기초단체→광역단체→ 전국으로 상승 계단을 밟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임자 시책을 계속 추진하면 내 낯이 아니라 전임자 낯만 세워줄 거라는 소아병적 생각이 가져온 병폐다.
우리는 충북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중인 ‘생산적 일손봉사’ 특수시책에 주목하고 있다. 일 할 능력이 있는 은퇴자 등 도시 유휴인력을 기업체와 농가에 연결시켜 경제 활성화와 인력난 해소 등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추구하자는 게 이 시책의 목표다. 작년에 처음 4만여명이 참여해 농가와 중소기업에 일손을 보탰고 올해는 두배가 넘는 9만2000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반일(4시간) 2만원의 실비와 상해보험 혜택이 주어진다.
이 사업 참여자중 95%가 만족하고 96%가 사업 확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출발은 좋았다. 전북도와 천안시, 경기 양평군 등에서 벤치마킹을 해 갔고 행자부에서도 공공 일자리 창출의 모범사례로 판단, 전국 확대를 위해 추경예산 46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올린 상태다.  
‘생산적 일손봉사’도 100원 택시처럼 전국으로 확산돼 용돈, 건강, 봉사,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1석4조의 효자사업으로 등극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일손 봉사에 참여하는 봉사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봉사자들은 농사일이 서툴고 방법을 잘 몰라 농가나 기업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대충 시간이나 때우려 한다면 안하니만 못하다. 생산적 일손봉사 시책은 노동력 부족에 허덕이는 우리나라에 진짜 필요한 ‘생산적’ 사업이다. 충북도의 끈기는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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