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 지면을 통하여 바른말을 사용하여야 할 당위성에 대하여 여러 차례 지적하였지만 마이동풍(馬耳東風)이 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틀린 용어들을 모두 열거할 수 없기에 빈도가 높은, 그리고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보는 몇 가지 주요 용어에 국한하고자 한다.

먼저 “괜찮아요”라는 말이 바르게 사용되지 않고 있다. ‘괜찮아요’는 넘어지거나 별안간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아픔을 호소하던 사람이 통증이 사라진 듯 편안해 하는 상태를 보고 표현하는 용어이다. 그런데 같이 있던 옆의 사람이 어떤 위해를 당하거나 갑자기 신체적인 이상이 생겨 심히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앞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이런 대사는 특히 방송드라마에 자주 등장한다. 무척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 병원으로 가야할 것이 아닌가” 등으로 묻는 것이 아니라 ‘괜찮으냐?“고 물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 이는 아파서 어쩔 줄을 모르고 신음하고 있는 사람을 걱정하고 도와주려는 것이 아니라 약을 올리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도 아무런 문제없이 계속 사용되고 있다. 작가의 바른말 사용 준수의무 및 방송의 필터링(여과) 및 교정 기능이 실종된 것이다. 이는 작가로서의 자질과 공익방송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약화 내지 붕괴시키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서 오십시오”라는 용어도 상황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토론을 위하여 방송국에 마련 된 자리에 이미 와 있는 사람을 보고 사회자는 ‘어서 오십시오’라고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또는 “반갑습니다” 등의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막 방송국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사람에게 사용하여야 할 용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와 있는 것’과 ‘오고 있는 것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사회자의 무지 탓으로만 돌릴 수가 없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들로 인하여 방송국들이 시청자들로부터 불성실하고 무책임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런가하면 언제부터인가 ‘부분’이라는 용어가 시도 때도 없이 사용되고 있다. ‘부분’이란 전체를 몇 개로 나눈 것 중의 하나를 뜻하는 용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데 지식인 및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말마다 사용하니 머리가 어지럽다. 토론자들이 무척 경솔하고 부실한 사람으로 보인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자기의 주장을 펴는데 적합한 ‘사안’, ‘사항’, ‘대안’, ‘정책’ 등의 용어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하면 좋겠습니다”라는 말도 귀에 거슬리고 듣는 이의 마음을 산란케 한다. 그렇게 하거나 그러한 상태가 되면 누구에게나 당연히 기쁜 일인 것을 마치 자기만이 관련이 되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좋겠습니다’라는 표현 대신 ‘바랍니다’라고 말하여야 한다.

이 밖에도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든지, “맛있는 것 같다”느니, “감사 또는 축하드리겠습니다”느니,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공무원들이 주민들을 향하여)”느니 등의 말도 무성의 내지 무신경적 표현들이라는 점에서 바른 말이라 할 수 없다. ‘가장(the most)’이라는 단어는 최고를 뜻하는 것이기에 오로지 하나일 뿐, 그 중의 하나는 존재할 수 없다. ‘맛있는 것 같다’는 용어는 맛이 좋다는 의사표시인 것으로 해석은 되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등을 말하는 용어로서는 극히 부적절하다. 음식이나 먹거리 등은 모두 그것대로의 맛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맛이 어떻다’로 분명하게 표현하여야 한다. “감사 또는 축하드리겠다”는 말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다짐하는 용어라는 점에서 현재형인 “~합니다”로 표현하여야 한다. 정부기관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펼치는 사업에 대하여 그 사업의 주인(대상)이 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주민의 복지를 위하여 전개하는 일이 지역주민이 아닌 정부기관을 위해서 하는 것이 되는 주객전도의 용어이다. “주민들의 복지 창출을 위하여 막대한 예산을 들여 벌이는 사업이니 여러분들은 주인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길 바랍니다“로 표현하여야 한다.

바른말 사용을 위해서는 그 어느 곳보다 방송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영방송은 국민 정신과 의식 및 문화 형성 등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뉴스 및 사건 등의 보도 못지않게 계도(사회교육) 기능에 충실하여야 한다. 모든 프로그램을 운영함에 있어서 국어가 바르게 사용되도록 빈틈없이 챙겨야 한다. 대사나 대화 및 표현 등의 심사 및 교정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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