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버드나무 아래 다양한 삶의 모습 담아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누구나 하나쯤 마음에 품고 있는 아련한 그리움. 바쁜 일상 속 잊고 지내는 그 그리움의 정서를 따뜻하고 정감 있게

그려낸 장문석(61) 시인의 시산문집 ‘버들고지’가 출간됐다.

가뭄에 내리는 단비처럼, 대지를 촉촉하게 만드는 빗방울처럼 ‘버들고지’는 그렇게 메마른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 준다.

표제인 ‘버들고지’는 시인의 고향인 청주시 청원구 남일면 고은리 버들고지 마을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마을의 상징인 버드나무 아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았다.

시와 산문이 결합된 이 책은 1997년에 발간한 ‘엄동에도 여인네들의 웃음 꽃은 피어나고’에 5편의 시를 첨가하고 보완해 재출간했다. 시와 산문 뿐 아니라 우은정 화백의 그림이 더해져 버들고지 마을의 따뜻한 풍경을 생생하게 살려 냈다.

특히 시에 등장하는 모든 화자들은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어 그 특별함을 더한다. 투박한 충청도 사투리를 그대로 살린 시들은 해학과 풍자가 넘친다.

‘모두가 그 눔이 그 눔여/선거철만 되면 지천으루 쏟아지는/저 뻔두름한 말의 씨갑씨들/(중략) 어여 모나 심세/그래두 우리가/끝끝내 믿을 수 있는 건/아적은 이 논배미(모내기1중)’

시인은 “충청도 사투리가 문학적 언어로 어떠한 위상을 차지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봤다”며 “능청스럽게 할 말 다하는 충청도 사투리를 통해 시적 공간을 확장시켜볼 수 있는 좋은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시와 함께 선보이고 있는 산문은 시에 영감을 준 버들고지 마을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감상을 감각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시와 산문의 어우러짐은 분리되지 않고 각 장르가 유기적으로 서로를 받쳐주며 한 편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날처럼 꽃내는 저리 내리는디/오늘 밤엔 비 좀 빌어 봐야 하지 않겄어유/에구머니나, 애 깨면 워쩔려구 그래유’로 마무리 되는 ‘가뭄’이라는 시 뒤에는 ‘그날 밤 내내 천둥과 번개가 온 마을을 들쑤셨다. 비는 새벽이 올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장마였다’라는 산문 형식의 글을 덧붙임으로써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아련했던 어느 시절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놓는다.

임기현 문학평론가는 발문을 통해 “아름다운 기억을 갖지 못한 사람도 슬픈 사람이지만 이를 추억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더더욱 슬픈 사람”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집을 통해 충청도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 잠시 행복한 시간으로 떠나는 여행을 가져봤다”고 평했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는 도시로 모여와 살면서 닫아 걸었던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고 우리들을 어린 시절 풋풋하고 정이 넘치던 마을 공동체의 질박한 사투리 속으로 끌고 간다”며 “이번 시산문집은 토속적 에로티시즘의 은근한 목소리와 넉넉한 웃음을 선사하며 글 읽는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준다”고 전했다.

1956년 버들고지마을에서 태어난 시인은 충북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까지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1990년 ‘한민족문학’에 소설 ‘겨울강’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충북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잠든 아내 곁에서’, ‘아주 오래된 흔적’, ‘꽃 찾으러 간다’를 펴냈다.

그는 “이번 시산문집은 지금도 그리운 시골의 풍경과 정서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며 “요즘에는 어렵고 관념적인 시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앞으로도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도서출판 고두미, 174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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