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시인

어느 해 여름
난을 찾아 남쪽 섬에 갔을 때
이른 아침 싸목싸목 걷히는 안개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산 밑에 이르렀을 때
동백나무에 개 한 마리 매달려 있었다
장정들이 작대기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개 패듯, 개 패듯이란 말!
그렇게 맞아 죽은 개가
가지 끝에 잉걸불 피우나 보다
개가 내지르는 단말마斷末魔가 뜨거워
나무는 비명, 비명으로 뿜어낸
눈물 낭자한 적막이 땅을 덮고 있었다
그래서 동백은 그늘까지도 붉게 젖는다
그날이 복날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동백이 피는 계절
남녘 하늘이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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