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시인)

(동양일보) 文정부 한 달을 지나는 6월의 인사청문회정국이 뜨겁다. 지난 12일 대통령 추경예산에 대한 시정연설 과정에서도 극심한 온도차를 보인 여야의 대치국면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지만 갈길 먼 정부당국이나 지켜보는 국민이나 답답하고 안타깝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어렵고 절박한 때일수록 본래의 취지와 초심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다만,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현 정부의 개혁동력이 요요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무기력감에 빠질까 걱정스러운 것이다.

 

인사청문회란, 말 그대로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회에서 들어보고 물어보는 면접과정을 통해 검증 받는 제도다. 이번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사배제원칙 ‘5대 비리’는 병역 면탈, 부동산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다섯 가지 항목이다.

그동안 정권의 공수가 바뀔 때마다 창과 방패가 되어 주고받았던 단골메뉴이자 文정부가 강조한 인재등용기준이기도 하다.

당사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부비트랩’이 깔려있는 전장을 어떻게든 비켜가려는 정부여당과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있겠느냐’며 작심하고 날을 세우는 야당이 사사건건 시시콜콜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여야의 복잡한 정략적 셈법까지 깔려있어 인사청문회장이 때론 ‘인격살인’의 도축장이 되기도 하고, 낱낱이 살이 발려지는 수산시장의 횟감처럼 민낯이 드러나기도 한다.

 

제1야당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반대’한다는 여론의 질책도 염두에 둬야하고 “나도 당했으니 너도 한 번 당해봐라”하는 보복 심리의 유혹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 당 입장에서는 ‘존재감’을 보여 줄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또 한 번, 원치 않는 딜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여당2중대라 핸디캡을 떨쳐내려는 생각이 앞서 최소한 한 명 정도는 ‘불가’식으로 단순계산을 믿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총선에서 받아 볼 성적표까지 걱정해야 한다. 정의당이나 바른 정당도 청문회를 통해 제목소리를 내고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청와대의 입장이 제일 난감하게 됐다. 취임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문대통령의 지지율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식지 않는 여론의 지지에 등 떠밀려 무조건 강행카드를 꺼낸다면 앞으로 ‘협치’에 대한 명분도 상처를 입게 된다.

무엇보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온 인사청문회 ‘5대 비리’의 기준이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간음하다 잡힌 여자’ 이야기가 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예수님을 못마땅해 하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시험하여 고소할 구실을 만들려고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모세의 율법에 부정한 여자를 돌로 쳐 죽이라.”고 돼 있는데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예수께 묻는 장면이 있다. 무척이나 곤혹스런 질문이다. ‘원수라도 사랑하라’는 가르침과 ‘돌로 쳐 죽이라’는 엄정한 율법규정이 정면으로 맞닥뜨린 위기상황에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하고 말하자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하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하나 둘씩 떠나갔다.(요한8, 1~9). 율법의 정신은 백성을 단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백성을 위하는데 있다는 본질적 가치를 일깨워 줌으로써 돌을 던질 명분을 없게 만든 것이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진정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대승적 차원에서 오케이 해 달라”는 정부여당의 부탁도, ‘5대 비리’를 방호벽으로 삼고 ‘협치’를 볼모로 배수진을 치고 있는 야당의 전술도 국민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지 못할 것이다. 명분과 실리를 찾는 혜안이 필요하다. “죄 없는 사람부터 먼저 돌을 던지라“ 는 명령에 답을 내릴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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