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충남도의회가 일선 시·군을 행정사무감사 대상 기관에 포함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자 도내 시장·군수들은 물론 공무원노조 등이 강력

히 반발하고 있다. 행정감사 부활 추진은 전국 첫 사례로 나머지 시·도의 도미노 개정이 예상된다.
충남도의회는 16일 296회 본회의를 열고 ‘지방자치단체에 위임 또는 위탁된 사무를 제외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충청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개정조례안은 이미 지난 1일 도의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2014

년 이후 중단됐던 시·군에 대한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부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시·군에 대한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는 법적

근거가 없고 중복감사라는 이유로 1995년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충남도의회도 논란 끝에 2014년 이후 시·군 행정사무감사를 중단한

상태다.
법적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지방자치법과 시행령의 모순된 규정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41조 3항은 ‘자치단체(장)이 위임받아 처리하는 시·도

사무에 대해 시·도의회가 직접 감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법 시행령 42조 1항 5호에선 감사 대상기관에서 ‘지자체에

위임·위탁된 사무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이에 따라 최근 행자부에 유권해석을 요구했고 행자부는 법제처 유권해석을 거

쳐 상위법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시·도의회에서 시·군·자치구에 위임한 사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감사범위는

시·군·자치구 및 그 장이 위임받아 처리하는 시·도 사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일선 시·군에선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는 지방분권화에 역행하는 자치권 훼손이며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무원노조 역시 반대 입장이다.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지적해

오고 있는데 도의회가 시·군에 같은 식으로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선 시·군과 노조의 주장대로 도의회의 시·군 행정사무감사는 심각히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다. 도의회는 “제왕적 위치에 있는 기초단체장들

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도 정서상 맞지 않는다. 예산 심의와 더불어 매년 가을에 이뤄지는 행정사무감사를 봄에 실시하

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지금 일정도 빡빡한데 시·군 감사까지 실시하는 건 무리수다. 시·군의회가 철저히 감시하고 체크하면 되지 도의회

까지 나설 일은 아니다.
도의회의 시·군 행정사무감사는 국회가 지방에 위임된 국가 사무를 살펴봐야 한다며 광역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것과 똑같다. 반감만

사게 되고 행정력 낭비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비와 도비가 올바로 쓰이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효율성을 따져 신중

하게 추진할 일이다. 그렇게 해서 실효성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해결책을 제시할 때 ‘도의회의 시·군 행정감사’는 옥상옥이란 비판에서 자유

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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