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원(충북학연구소장)

(동양일보) 최근 유명 프렌차이즈 치킨업체 회장이 자신의 여성 비서를 의지와 무관하게 호텔로 유인하려다가 주변 사람들의 개입으로 실패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일 후 이 비서는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을 철회했다고 하니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문제는 이러한 추태나 추문의 주인공이 기업체 회장인 경우 그 피해는 해당 회사의 직원들이나 가맹점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고 한다. 다른 프렌차이즈 회사의 유사한 사례에서도 밝혀졌지만 소비자들은 이 회사의 이름을 기억하면서 불매를 하게 되니 일정 금액을 본사에 내야 되는 소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속된 말로 미치고 펄쩍 뛸 일이다. 자신들은 회장의 그러한 작태에 대해서 어떠한 영향을 준적도 없는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봐야하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욱이 요즘처럼 AI로 인해서 닭 소비가 줄고 있는 현실에서 업친데 덥치는 격으로 터지는 이런 불상사를 예방할 뾰족한 대책도 없으니 어찌할 것인가.

 

지난 정부에서 이른바 나쁜 사람이라는 멍에를 쓰고 문화부에서 노모국장과 진모과장이 강제로 직장을 떠나게 되었다. 이 중에 진모과장은 사무관시절에 문화산업정책 등등과 관련해서 일정부분 공유한 기억도 있고 아울러 악질상사(?)에 대한 공감대도 있는 분이라 비교적 이 분들의 억울함과 분노에 대해서 동질감을 느낀다고 생각되어 이와 관련된 얘기들을 하면 주변 사람들은 무관심할 뿐이었다. 그랬어? 그랬구나 정도의 인식을 할 뿐이었다. 무관심이 일상화된, 어쩌면 사회적 공감대가 냉동화 되거나 박제화된 것은 아닌가 싶다. 아무튼 무관심 바이러스는 오늘도 그 영역과 범위를 넓히는데, 최근 청주에서는 문화체육부에서 공모할 예정인 문화도시 신청을 위한 세미나에서도 이러한 측면을 찾을 수가 있었다. 일반인들의 무관심이야 문화적 권리라고 인정하겠지만 전문가들의 무관심은 무책임이 아닐까.

 

이른바 문화부의 문화도시조성사업은 당연히도 예술진흥 등등을 위하고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영위하도록 할 여러 사업 아이템들을 기준으로 지자체를 평가하고 선정하여 일정액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평가기준이나 원칙 등등은 문화부가 주도하지만 실제로는 관련 연구원에서 제공한다고 이날 참석자 중 한사람이 언급했다. 관련 연구원은 이른바 씽크탱크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앙정부의 위탁을 받는 연구소 등의 정책적 행위를 염두에 둔 조사연구의 문제는 지역을, 지방을 몰라도 너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던 산골 수준의 지식과 정보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지역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평소에 이들을 대하면서 느낀 나의 생각이었는데 이번 세미나에서도 이를 다시 확인했다.

 

지역에도 서울처럼 사람이 살고 있다는 단 한 줄의 문장을 중심으로 어느 지역이나 동일한 문화적 취향과 예술적 지향을 갖는 것으로 즉 획일화된 잣대를 들이미는 이들의 인식에는 지역 특유의 정체성 즉 장소성, 역사성 등과 같은 차별화된 아울러 오랜 시간 숙성한 삶들의 흔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전국 체인점에 같은 음식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처럼 동일한 정책만을 전달하고 강요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획일성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문화적 다양성을 외치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지. 하하하 정말로 웃기는 선수들이 아닐까. 물론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는 오래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을 해야 될 문제이지만 분명한 것은 ‘나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서 직장을 떠났던 사람들이 이제는 돌아오고 또한 더 멋진 역할을 기대하듯이 지역에 대한 인식 역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던 산골 수준에서 벗어나 정책을 세우는 이들과 다를 바 없지만 질적 측면에서 만개한, 이른바 다양성과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정책의 현지성과 현재성, 그리고 지향성을 갈구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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