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임병운 의원

일제는 강점기 당시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는 고려와 조선 등 앞선 왕조들에 대해 권력층의 내부갈등과 부정부패로 망했다는 인식이 만연됐으며 이는 지금도 여전히 잔존해 있다. 하지만 발상을 바꿔야 한다. 고려와 조선이 유지된 기간은 500여년이고 신라는 무려 1000년을 유지했다. 세계사적으로도 유래가 드문 일이다. 그렇다고 외침이 적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중국과 북방 유목민족의 거대 제국들과 인접한 일본의 외침을 수시로 겪어 왔다. 이쯤 되면 오히려 이 땅에 세워진 나라들이 어떻게 그 긴 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그 비결은 대대로 이어진 ‘호국’의 정신이라고 본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는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의병들과 지사들이 나타났다. 그것도 누구 하나가 아니라 들불처럼 번지며 전 국민적인 저항이 전개됐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계속되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국가를 유지해왔던 원동력이었다.
먼 역사 속의 일만이 아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 베트남전 등에 참전한 유공자 분들이 우리들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순국하신 분들 또한 현충원에서 영면을 취하고 계신다. 이분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 지금 현재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 즉 자유로운 민주주의 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풍요로움 등은 모두 이분들의 ‘호국’에 ‘빚진’ 것이다.
빚을 졌으면 원금은 못 갚더라도 이자라도 갚아야 한다. 이것이 ‘보훈’이다. 보훈은 호국을 위해 나섰던 분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그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드리는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도록 공헌하신 분들의 노고와 희생에 마땅히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얼핏 들으면 조금은 과거지향적인 개념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보훈은 지극히 현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개념이다. 왜 그런가? 보훈은 현재의 우리 모습이 자랑스럽기에 가능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자유롭고 정의로운 자랑스러운 조국이기에 그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분들이 존경스러운 것이다.
보훈은 자라나는 후손들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호국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만들어 준다. 독립유공자와 참전용사 분들을 극진히 우대하는 모습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아이들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호국의 기상을 품게 된다. 이는 미래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어른으로서 그리고 도의원으로서 부끄러운 부분이 많다. 보훈처를 중심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보훈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친일파 후손들은 떵떵거리면서 살고,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3대가 빌어 먹는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기 까지 한다.
이것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최소한 국가 유공자 분들과 그 유족들이 풍족하진 않아도 생계는 걱정하지 않도록 해 드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정치권은 물론, 정부, 기업체, 민간단체 등 모든 분야에서 보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예산의 한계를 운운할 것이다. 하지만 보훈은 사회적 비용이 아니다. 현재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영원토록 이어지게 하는 투자이다.
SOC 등 유형의 자산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애국심 등 무형의 자산에 대한 투자는 더 중요하다. 이와 같은 중요한 투자에 더 많은 분들이 각자 맡은 바 분야에서 동참하셨으면 한다. 본인 또한 지방의회 의원으로서 국가 유공자 분들에 대한 도 차원의 지원과 예우를 제고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보훈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과거에 대한 현재의 자부심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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