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98명 참여…사법행정권 남용 등 논의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 등 법원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국법관회의(법관회의)가 19일 오전 10시부터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다. 지난 3월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축소토록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전국법관회의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각급 법원에서 선정된 대표 판사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임용 29년차인 민중기(58·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부터 올해 2월 법원에 들어온 차기현(40·변호사시험 2회) 서울중앙지법 판사까지 98명이다. 당초 100명이 참석 예정이었으나 2명이 불참했다. 청주지법 판사 2명과 대전지법, 대전고법 등 충청권 법원에서도 1~2명의 대표 판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들은 회의의 원활한 진행 등을 위해 회의를 대표할 의장으로 이성복(57·16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선출한 뒤 회의 개최 1시간 30분 여 만에 의안 심사에 들어갔다. 다만 100명의 대표 명단과 구체적 의안에 대해서는 ‘비공개’ 방침을 전했다.

판사들은 주요 안건을 두고 10여 명 정도의 사안별 발제에 이어 반대의견이나 수정의견 등을 공유하며 난상토론을 벌였다.

주요 안건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축소 외압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대법원 진상조사단 조사결과와 평가 △대법원장 입장 표명 문제 등을 포함한 책임 소재 규명 △인사권 등 사법행정권 남용 재발방지 대책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부분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대법원장이 사실상 독점한 사법행정·인사권에 대해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상설화된 판사회의가 사실상 ‘판사노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국 규모의 법관대표회의가 열린 것은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 집회 관련 재판 관여 의혹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래 8년 만으로 이번 회의가 사법부내 개혁 불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행사를 축소토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에 반발한 연구회 소속 이모(40) 판사에 대한 인사보복 의혹에다 법원행정처 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더해지며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진상조사위는 법원행정처 고위법관이 이 판사를 통해 행사축소를 종용한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다만 인사보복이나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부 판사들이 조사가 미진하다며 법원별로 잇따라 판사회의를 여는 등 반발했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달 17일 일선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따라 이날 판사회의가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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