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삼 시인

뻘밭을 밟는다, 바람 없는 날
염부가 수차에 올라 쉼 없이
물의 배를 밟아 내려 소금물을 잡는다
서서히 물의 배가 꺼져 내리고
까무룩, 산고 끝에 오는 저 졸음
햇볕이 소금을 앉힌다,
허공 옷을 입힌다
연년이 바다에 나가 죽은 자들의
눈물이 마르고 응고되고
그들의 외마디마저 빛으로 쌓일 때
소금꽃이 핀다
그렇게 죽은 자들이 오고
그렇게 소금창고에선
만삭인 염부의 아내도 몸을 풀고 또 풀고
바다가 삼키다만, 태양이 녹이다만
저 물의 흰 뼛가루, 쌓인다
날마다 저 하얀 물을 마시고 하얀 불을 삼키다
내 죽으면 아이야, 소금밭에 묻어라
쇠도 녹인다는 갯바람에 비석조차 녹게

△ 시집 ‘돌아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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