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안전진단…투신 방지 펜스 설치 여부 협의
충동 억제 문구·그림·방송·음악 담은 시설물 검토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속보= 충북도가 ‘자살대교’라는 불명예를 안은 청주 상당구 문의면의 문의대교 투신 방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20일자 2면

대청호반을 따라 건설된 도로는 숲과 호수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충청권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그러나 대청호를 가로질러 청주시와 대전시를 연결하는 문의대교는 인적이 드물고 난간의 높이가 90cm에 불과한데다 교각 높이가 30m에 달해 투신이 끊이지 않아 ‘자살대교’라는 오명을 얻었다.

지난 7일 청주시의 한 간부 공무원이 이곳에서 투신하면서 주민들은 오명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청호는 그동안 ‘투신’과 관련한 오명이 끊이지 않았다. 문의대교는 1980년 완공 이후 2015년까지 41명이 목숨을 끊는 등 대청호의 대표적인 자살다리란 오명을 갖고 있다. 2015년 서울 서초동 세모녀 살해사건 피의자가 원정와 투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과 지자체는 이 다리 난간에 자살예방 안내판과 구명함,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예방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이후 투신 건수와 사망자수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또 다시 문의대교에서 투신사건이 발생하며 지역 안팎에서는 물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김현기 의원은 지난 13일 행정사무감사에서 “마포대교 자살방지 시설 등을 벤치마킹해 대비책을 세워 달라”고 촉구했다.

문의대교는 교각 높이가 30m 이상 높고 수심이 깊은데다 차량을 통한 접근성이 좋은 반면 투신자살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 남성이라면 쉽게 넘어 뛰어내릴 수 있는 ‘낮은 난간’에다가 ‘투신 방지망’ 등 예방시설 역시 설치돼 있지 않고 있다.

충북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의대교의 투진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1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문의대교 난간 등 시설물을 정비해 투신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첫 번째 대책으로 다리에 투신 방지용 펜스를 설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1980년에 완공돼 40년 가까이 돼 가는 문의대교가 노후해 새로운 펜스를 설치할 때 교각에 주는 하중 때문에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다리 아래로 투신할 수 없도록 현재의 낮은 난간에 1m 이상의 펜스를 설치하면 7t가량의 하중이 발생한다. 문의대교는 32.4t의 하중을 견디도록 설치돼 있어 전체 하중의 20%를 넘는 시설물을 설치하면 다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도는 이번 주 중에 한국시설안전공단에 의뢰해 교각 상태 등에 대한 안전진단을 한 뒤 다음 달 초 대전국토관리청, 문의대교 설계·시공업체, 교량 전문가 등과 투신 방지용 펜스 설치 여부를 협의할 예정이다.

도는 투신하려는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설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살예방 관련 단체, 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다리 난간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 문구나 그림 등이 있는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또 난간에 사람이 접근하면 감지기가 작동해 흥분된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음악이나 자살예방 호소 방송이 나오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김희수 도 균형건설국장은 “다리 난간에 펜스를 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 이지만 교량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충동적인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시설물 설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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