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한국교통대 교수)

(동양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선 공약으로 ‘경유 승용차 퇴출과 액화석유가스(LPG)차 보급 확대’를 내세웠다. 공약의 골

자는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 승용차 운행을 금지하고 지금까지 7인승 이상 다목적 차량으로만 제한되어 있던 일반인의 LPG차 보유 조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경유 차량의 운행 제한의 이유가 미세먼지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일 터이다. 그런데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 오염의 책임을 경유 차량에게만 물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충분하다.

미세먼지 오염은 매년 봄마다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문제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에도 미세먼지로 인해 온국민이 고통을 겪은 바 있다. 그 당시 환경부는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을 고등어에게 전가(?)하려다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답답한 국민들을 더욱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고등어 금어기 해제를 앞둔 어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하였다. 논의의 중심이 고등어에서 경유 차량으로 옮겨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도로에서 오래된 경유 승용차나 화물차에서 발생하는 시커먼 배기가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유 차량을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인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경유 차량 운행으로 인한 미세먼지 오염과 그에 따른 국민 보건 상의 위협이 당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봄마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미세먼지의 주 발생원이 경유 차량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또한 경유 승용차를 퇴출시키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2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배출되는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의 65%가 발전소를 포함한 생산 현장으로부터 발생되며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전체 미세먼지 중 약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환경부가 의뢰한 ‘수도권 대기개선 대책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의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는 초미세먼지 중에서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비율이 연평균 44%, 봄철에는 59%에 달한다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대게 봄이 지나고 여름으로 접어들면 미세먼지 오염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에서 경유차 운행에 따른 영향이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계절 변화와 경유 차량 운행 대수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경유 차량은 휘발유 차량에 비해 평균 20% 가량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질 뿐 아니라 휘발유 보다 높은 연비를 나타낸다. 또한 최근 도입된 EURO5 및 EURO6 기준(유럽연합의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단계)에 의해 경유 차량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획기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의 폭스바겐 發 디젤 게이트로 인해 경유 차량에 대한 기술적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경유 차량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의 대부분은 경유 차량의 노후화 때문이지 경유 차량에 대한 기술 부족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대기질 개선을 위해 경유 차량을 퇴출하고 LPG 및 전기자동차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안인가에 대해서도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미세먼지 배출 측면에서 LPG차량이 경유 차량에 비해 확실한 장점을 가짐에도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서는 오히려 LPG차량이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 자동차의 사용은 자동차 운행만을 고려할 때에서는 대기오염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전기 자동차에 공급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대기 오염원이 확실히 제거되어야 하는 것을 전재로 하는 것이다.

차량용 연료에 따른 규제가 당장의 대기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수송영역에서도 개별 차량의 운행을 줄일 수 있는 대중 교통망 구축이 선행되고 이들이 지능화되어야 한다. 중국을 포함한 인접 국가와의 환경 외교는 말할 것도 없다. 미세먼지 오염에 따른 당장의 경유 차량 규제가 대기질 개선이라는 정책적 효과 보다는 오히려 경유 차량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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