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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손에 쥔 카메라…행복원천”
“운명처럼 손에 쥔 카메라…행복원천”
  • 김미나 기자
  • 승인 2017.06.21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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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현역 조유성 생태사진작가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사진을 시작하기 전에는 늘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열정과 에너지를 주체할 곳이 없었던 겁니다. 지금은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누군가가 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하는 일이 되어 여생을 함께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82세 현역 생태사진작가 조유성씨. 40세인 늦은 나이에 사진을 찍기 시작해 80대인 지금도 마치 전성기인것처럼 여전히 세계 곳곳을 누비며 셔터를 누르는 멋진 ‘할머니 사진작가’다.

길을 걸을 때,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앉을 때 힘들어하는 그는 영락없는 80대 할머니의 모습이지만 대화를 나누며 마주보게 되는 눈빛은 한창 좋은 시절을 살고 있는 청년 같기만 하다.

언제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있었던 건지 느끼지도 못한 채 사진에만 빠져 산 시간이 어느덧 42년. 사진에 바친 그의 세월을 그저 넘치는 에너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그 세월에는 순간의 광기가 있었고, 곰처럼 미련스러운 끈기가 있었고, 때로는 욕심을 내려놓아야만 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는 “주변에 사진 찍는 사람들 중 머리가 영리하면 꾸준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버티고 꾸준히 또 미련하게 계속 찍다보니 이렇게 할머니 사진작가가 됐다”고 환하게 웃는다.

할머니가 된 줄도 모르고 지난 10년 동안 그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정글을 돌며 곤충을 촬영했다. 그 결과물로 2년 전, 80세를 기념하며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성대하게 곤충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사실 그는 ‘숲속의 전령 한국나방’(전 3권)을 발간한 적이 있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생태사진작가다.

숲을 보고 풍경사진을 찍다 어느 순간 숲 안을 들여다보게 됐고, 들꽃을 찍게 됐다. 들꽃을 찍다보니 곤충이 보였다. 무수히 많은 곤충들의 모습이 마치 인간의 움직임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된 후로는 줄곧 곤충만 카메라 렌즈에 담게 됐다고.

그는 “곤충들은 움직이니까 더 어렵지만 식물보다 곤충이 더 재미있어서 계속 파고들게 됐다”며 “남들이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 아니냐고 묻는데 카메라에 담을 곤충이 없을 때 더 외롭다”고 말했다.

1938년 전남 광주에서 5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그는 여고시절 성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이승만 대통령 부부가 국군의 날을 맞아 상무대를 방문했을 때 국군의 노래를 독창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가정형편상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21세에 결혼해 의사인 남편과 아들 셋을 낳아 기르며 청주에 정착해 남들이 보기에 돈 걱정 없는 편안한 가정을 꾸리며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어떤 목마름을 느끼며 자신이 불행한 것은 아닌지 늘 고민했다.

“꽃꽂이, 조각, 미용, 요리 등 이것저것 안 해 본 것이 없었지만 한달을 넘기지 못했다”고 회상한 그는 어느 날 운명처럼 손에 쥐게 된 카메라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충북사진작가협회 입문한지 2년만에 1978년 충북 전국사진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후 한국사진작가협회 전국회원전 10걸상, 충북 미술대전 특선, 문광부장관 표창, 한국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또 대한민국 사진대전 운영위원, 충북 예총 위원,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한국사진작가협회 충북지회장 등을 지냈다.

그렇게 그는 우리나라에 포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방과 곤충을 찍고 필리핀 정글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가리지 않고 다녔다.

그는 “말레이시아 페낭에 나비 농장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나비는 많은데 개체수가 별로 없어 다시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 적도 있다”며 “모기가 많은 것이 늘 문제라 아예 숲속에 창고를 리모델링해 집을 짓고 살면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몇 년 전에는 중국에 해마다 40일씩 가서 버스를 빌려 숲을 누빈 적이 있다. 그저 사진 찍는 것에만 몰두해 쌀 이외에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잊고 들판에서 민들레 풀을 뜯어 죽을 끓여 먹기도 했다.

현재 싱가포르에 머무르고 있는 그는 최근 건강 검진을 위해 지난 6일 잠시 한국을 찾았다. 오는 29일 싱가포르로 출국해 다음달 3일에는 다시 곤충 사진을 찍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가 3개월간 머물 예정이다. 그 곳은 수라비야 공항에서 5시간 동안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나오는 산 속이다.

이번 인도네이시아 정글에서 담게 될 곤충 사진들로 그는 올 가을, 겨울 사이에 싱가포르에서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다. 늘 그랬듯이 올 해도 1년의 반 이상은 외국에 머물게 될 것이다.

또다시 모기와 싸우면서도 곤충을 카메라 렌즈에 담으며 그는 삶의 기쁨과 의미를 찾을 것이다. “곤충은 마치 숲 속의 요정 같다”며 생전 처음 보는 알록달록한 다양한 모양의 곤충 사진들을 보여주는 그에게서 소녀의 감성을 느낀다.

“사진을 찍으러 가면 가는 곳 마다 추억이 있는데 글을 쓸 줄 안다면 그 느낌을 추려서 책을 내고 싶다. 일기를 몇 년 쓰면 작가가 된다고 하던데 그래서 10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열정과 꿈을 간직한 현역 생태사진작가인 그의 다음번 작품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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