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경찰서 “수사 마무리 살인 혐의로 검찰 넘겨”
A씨 “누가 오든 해치려 했다”…사전 계획 드러나

(동양일보 윤규상·이도근 기자) 인터넷 수리기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A(55)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이와 관련, A씨는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충주경찰서는 A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그를 살인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7분께 충주시 칠금동 자신의 원룸에서 인터넷 수리를 위해 방문한 B(52)씨에게 집안에 있던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린 것에 불만이 많았던 A씨는 사건 당일에도 속도를 문제 삼아 인터넷 업체에 수리를 요청한 뒤 집을 방문한 B씨의 서비스태도 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갑자기 집 안에 있던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비좁은 원룸에서 온 몸으로 흉기를 받아낸 B씨는 가까스로 탈출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앞서 검거된 이후 범행을 사전 계획했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었던 그는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인터넷 속도가 느려 불만이 많았다”며 “누가 오든 인터넷 수리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을 해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2007년 어머니가 사망한 뒤 가족과 연락을 끊고 홀로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별다른 직업 없이 자신의 원룸에서 사이버 주식투자를 A씨는 느린 인터넷 속도로 몇 차례 거래에 실패한 뒤 인터넷 업체에 대한 불만이 컸다. 급기야 이 업체가 자신의 컴퓨터에 칩을 심어 고의로 속도를 떨어뜨렸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다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19일 프로파일러의 심리분석 결과에서 A씨가 “내 컴퓨터만 느리고 컴퓨터에 칩을 설치했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등 피해 망상 증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숨진 인터넷 수리기사 B씨는 아내와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과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성실하게 살아왔다. 또 주말마다 인근에 사는 80대 노모를 찾아 안부를 살피는 효자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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